신세계 전시회

전시명 : ‘아는 것 잊어버리기’ - 정광희 개인전
전시기간 : 2009.6.18(목) ~ 6.24(수)


입력시간 : 2009. 06.18. 00:00


■ 전시내용 : 한국화의 전통계승과 현대적 모색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며 작업을 해오고 있는 작가 정광희씨의 개인전이 열립니다. 정광희씨는 대학에서 서예를 전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추상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종이와 먹, 붓은 수 천 년에 걸쳐 동양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담고 있는 것이며, 이는 한국화 혹은 동양화라 불리는 그림들에서 그 뿌리가 되어왔습니다. 대학에서 한국화 혹은 동양화를 전공한 많은 작가들이 이 재료들로 구분(한국화, 혹은 서양화라 불리는 구분)되어지는 표현의 한계와, 급속도로 표현의 영역을 무한하게 확대해 나가고 있는 현재의 미술계에서 전통계승과 변화 사이에서 정체성을 찾기 위한 많은 노력과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정광희씨 또한 이러한 고민을 끊임없이 지속하며 작업에 정진해오고 있습니다.

원래 서예에서 출발한 정광희 작가의 작업형식은 좀 독특합니다. 그림을 그냥 평평한 한지에 그리는 것이 아니라, 두꺼운 장지를 일정한 두께로 접은 뒤 얇고 긴 합판 조각을 이 종이로 감싸고 네모지게 접고는 그 위로 고색이 창연한 고서에서 떼어낸 종이를 붙여서 두께 약 1cm 내외의 수많은 쪽들을 만듭니다. 그 수많은 쪽들을 하나하나 붙여서 하나의 큰 화면을 만들어 내고, 그 위로 커다란 붓질이 만들어 낸 추상적 이미지가 보여집니다.

이에 대해 미술평론가인 윤진섭 선생은 「 그의 쪽 그림은 이를테면 자연석을 최대한 가공하지 않고 돌의 아귀를 맞춰 성을 쌓는 우리의 전통 축성방식을 연상시킨다. 그의 고색이 창연한 쪽 그림들은 세월에 마모되거나 이끼가 끼고 누렇게 퇴색한 우리의 성벽을 떠올리게 한다. 오랜 세월에 걸쳐 이루어진 퇴적된 역사에 대한 은유로서의 그것들은 속도가 생명처럼 여겨지는 현대적 삶에 대한 완곡한 비판이기도 하다. 그의 그림은 ‘느림의 미학’이 어떤 것인지를 우회적으로 보여준다.」고 했으며, 「정광희의 그림은 그 표정에 있어서 약간 어눌하며 어수룩해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자신이 좀 바보처럼 보일지라도 우직하게 자기만의 독자적인 조형언어를 찾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그가 그렇게 말할 때, 그는 자신의 피 속에 유전자처럼 녹아있는 한국의 고유한 정서, 이를테면 자연과의 동화라든지, 우현 고유섭 선생이 말한 것처럼 ‘구수한 큰 맛’, ‘어른 같은 아이’, ‘비균제성’과 같은 미적 특질을 염두에 두고 있는 지도 모른다.」고 그의 작품에 대해 말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수년간의 먹과 종이에 대한 실험의 산물들로, 자화상을 비롯하여 한자 자획(字劃)의 부분적인 확대, 호피문양을 연상시키는 순수 추상의 형태, 사물의 형태를 단순화한 원소적 형태 등으로 표현된 작품들이 전시됩니다. 작품들은 주로 거대한 대작들로 작업실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찾아가기 위해 꾸준히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젊은 작가의 흔적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정광희씨는 호남대학교에서 서예를 전공하였으며, 중앙대 예술대학원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이후 꾸준한 작품활동을 하면서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4차례의 개인전을 서울에서 진행했으며, 광주에서는 처음으로 개인전을 개최합니다.


최정이 기자 choijungyee@hanmail.net

이 기사는 파인뉴스(http://www.xn--vg1b002a5sdzq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파인뉴스.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