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시간 : 2006. 07.13. 18:32

검찰이 수사 중인 고위 판. 검사 뇌물 비리 사건은 법조계 주변에서 왕성하게 활개치고 있는 브로커 비리의 일각이 드러난 것으로 법조계 안팎에서의 공통된 의견이다.

법조계에 의하면, 현직 판. 검사는 물론 변호사 등이 브로커와 공생해온 비리 사슬은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으로 올게 왔다'는 반응도 나온다. 법원과 검찰에 대한 견제장치가 전혀 없는 현 사법기관의 구조상의 결함은 향후 또 다른 법조게이트가 비화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건은 차관급인 현직 고법 부장판사와 현직 검사 등 10여명의 고위직 인사들이 한 명의 거물 브로커에 놀아났다는 점에서 단순한 법조계 비리 차원을 넘어 ‘게이트’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과거 법조 비리 사건은 브로커들이 고위급 출신의 변호사 등을 통해 사건 청탁 해결에 나섰던 게 전형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터진 ‘김모 법조비리 게이트’는 브로커가 직접 고법 부장판사와 현직 검사까지 매수한 것으로 밝혀져 법원과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큰 상처를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 내부의 자정기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비판 또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그동안 법조계 기득권 세력의 반발로 주춤하고 있는 공직부패수사처가 빨리 신설돼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이번 사건의 장본인인 김모씨는 법원과 검찰의 인맥을 자랑하며 사건 브로커를 자처하다 지난해 8월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수사 결과 하이닉스 불법 주식거래 혐의로 수배를 받던 금융 브로커 박모씨의 사건을 해결해주겠다며 박씨로부터 2억6800만원을 받은 것이 밝혀졌다. 김씨 사건은 여기서 끝나는 듯했지만 그때부터 법조비리 게이트의 시작이었다.

김씨는 영어의 몸이 되자 사건 청탁 과정에서 금품으로 매수했던 법원과 검찰 인사들의 비리를 발설하기 시작한다.

신호탄은 지난 6월 10일 코스닥기업 B사의 특경법 횡령 사건 해결 청탁 대상이 됐던 검사들이었다. 이 와중에 김씨의 새끼 브로커이자 D사 회장인 김모씨가 먼저 구속됐다.

김씨는 이어 지난 수년간의 사건 청탁 과정에서 손을 쓴 서울고법 부장판사, 지법 부장판사,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등의 비리를 털어놓기 시작했고 어느덧 법원ㆍ검찰의 수사 대상자는 10여명을 훌쩍 넘어버렸다.

이로 인해 김씨와 두터운 친분을 유지했던 법원 및 검찰 고위 간부는 행여 김씨의 추가 발설에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특별한 브로커와 결탁된 우발 비리가 아니라 법조계 주변에 만연한 검은 비리 사슬의 일단을 보여준 것이라는 게 법조 안팎의 평가다.

김씨는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했던 사법연수원 교수 출신인 C 변호사와 청와대 출신인 거물급 D 변호사를 통해 검찰과 법원 현직 고위 인사에 깊숙이 손을 댄 것으로 드러났다.

내사 사건 등 은밀히 진행되는 형사 사건은 고위 검찰 및 법원 인사를 아는 것이 사건해결의 결정적 요인이라는 점을 철저히 악용, 김씨가 두터운 검찰과 법원 인맥을 과시하며 사건 해결을 주도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제공=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