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시간 : 2019. 01.0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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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기억으로 벼농사가 주업이었던 우리 집은 모내기 때면 온 가족과 친인척이 모여 논에서 모를 찌고 못줄을 띄워 줄을 맞추어 손으로 모를 심는 등 큰 행사를 치르느라 무척 바빴었다.
이런 와중에 모든 이의 입을 떡 벌어지게 하는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모내기 작업의 노동력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준 ‘보행이앙기’ 의 출현이었다. 그때 당시만 해도 모내기에 이런 농기계가 출현하리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시골 어르신들은 신기해했고 어린 내가 보아도 분명 신선한 충격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승용이앙기와 콤바인, 다양한 작업이 가능한 만능 트랙터의 출현 등 논농사는 98%, 밭농사는 58.3%가 기계화되었다. 옛날의 농사일은 이제 머릿속에만 있는 상상하기 어려운 추억으로만 존재하니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다양한 농기계의 발달과 보급은 농업인의 노동력과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10a당 3명이 거의 온종일 걸렸던 모내기가 이제는 승용이앙기를 통해 1시간도 안 되어 끝날 정도로 그 효율성은 대단하다.
그러나 이런 효율성 이면에 농기계 구매 비용이라는 농가에 부담스러운 큰 난제를 안겨주었다. 농사철 며칠 사용하려고 고가의 농기계를 사는 것은 농업인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이런 농가들의 농기계 구매 부담을 줄여 주고자 2004년부터 농기계임대사업을 도입했다. 농업기계임대사업은 농기계 구매가 어려운 농가에 농기계를 임대함으로써 농기계 구매 부담을 덜어 주고 밭 농업 기계화율 제고를 목적으로 현재 전국 141개 시·군에서 443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농가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화순군은 2009년 당시 147대로 시작했던 임대사업이 점차 확대되어 2014년에 동복면에 분소를 개소했고, 현재 2개사업소에서 65종 380대 농기계를 임대하고 있다. 또한, 고정식 콩정선선별기를 제외하고 64종 375대의 ‘임대농기계 현지 배송 시스템’을 도입해 지난 한 해 255차례 배송했다. 이런 노력으로 연간 임대농기계 이용은 2010년 839대, 2015년 2623대, 2018년 3593대로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오지마을 농업기계 순회수리와 농기계 안전교육 등을 통해 농가들의 농기계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인건비를 제외하고 연간 1억 5천만 원 남짓 예산으로 이렇게 다양하고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니 무척 효율성 있는 정부사업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이런 농기계임대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좀 더 발전하고 운영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보완하고 개선해야 할 점이 눈에 띈다.
첫째, 임대농기계 임대료 분야이다. 임대료는 농업기계화촉진법 시행규칙에 의거 농기계 구매가격의 0.5%~1% 정도를 권장하고 있으며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추세다. 노후 임대농기계 교체 등 임대사업의 연속을 위하여 임대료 요율이 결정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고가의 농기계는 임대료 때문에 농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임대료의 결정에 신중한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둘째, 노후 임대농기계 교체사업 지원이다. 임대사업이 시작 된 지 10여 년이 되고 있어 농기계의 사용연한 경과로 노후화와 열악한 조건에서 사용, 사용빈도가 높다 보니 고장이 잦아 효율성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 차원의 노후농기계 대체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지자체에서 징수하고 있는 농기계임대료를 노후농기계 교체 사업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셋째, 농업기계임대사업소 근무 인력의 전문화에 힘써야 한다. 농기계임대사업장은 전국에서 1436명의 전담인력이 일하고 있다. 이들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농기계 수리부터 고객 응대 서비스까지 체계적인 교육 관리가 필요하며 현재 31%인 계약직 근로자들이 전문성을 갖춰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게 정규직 전환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농기계임대사업의 규모가 점점 늘어나고 인력난과 운영비로 인해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장기임대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임대의 경우 농기계의 보관‧관리, 담당 부서의 사업장 관리 어려움 등이 있어 좀 더 세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농업기계임대사업은 고령의 농가, 귀농인, 소농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쉽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선호도가 매우 높은 정책이다. 현재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좀 더 성공적으로 성장하고 안착할 수 있도록 모두 지혜를 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영일 <화순농업기술센터 농업기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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