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구의 閑談]늑장을 부린 재상(宰相), 등 2편 ◆[강원구의 閑談]초(楚)나라 장왕(庄王)의 지혜 ◆[강원구의 閑談]늑장을 부린 재상(宰相), 여이간(呂夷簡) 입력시간 : 2019. 07.29. 00:00
중국의 지도자들은 당시 300수를 줄줄 외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항상 말을 주고받을 때, 시를 인용(引用)하여 말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시로 말하다보면 느긋한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중병을 앓게 된 송(宋)나라 인종(仁宗)은 오랫동안 나라 일을 돌보지 못했으나, 어느 날 병(病)이 조금 나아지는 기미(機微)가 보이자, 황제(皇帝)는 급히 재상 여이간(呂夷簡)을 조정으로 불러 들였다. 여이간은 느릿느릿 늑장을 부리며 한참 후에야 비로소 대궐로 나서게 되었는데, 하인들이 되려 마음이 더 급해서 걸음을 재촉했다. "나리, 이렇게 늦게 가시다간 곤욕을 치르시겠습니다. 빨리 걸으시죠." "음, 괜찮아." 여이간은 여전히 태평스럽게, 느릿느릿 걸음을 옮겨 놓았다. 그가 조정에 들어서자 과연 황제가 늦게 도착한 일부터 문책을 하였다. "병이 나아져 그대를 만나보고 싶었는데, 경은 왜 이렇게 늦었소?" 여이간이 여유있게 대답했다. "전하(殿下)께서 몸져누우신 바람에 조정의 안팎이 우울(憂鬱)한 기분에 싸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때에 신하(臣下)를 부르셨으니, 신하가 황급(遑急)히 조정으로 달려올 경우 민심이 흔들렸을 것입니다. 그래서 일부러 천천히 걸어왔습니다." 황제는 그의 깊은 생각에 탄복(坦腹)해마지 않았다. ◆[강원구의 閑談]초(楚)나라 장왕(庄王)의 지혜 어느 해 초(楚)나라 장왕(庄王)이 설날을 맞이하여 연회를 베풀고 신하들을 초대했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을 맞이하는 연회석은 그야말로 떠들썩하였는데 천하일색의 미녀들이 술까지 따라주는 터라 연회석은 더욱더 흥청거렸다. 이윽고 밤도 점차 깊어가고 연회도 끝나 그 동안 환하게 켜놓았던 촛불도 하나 둘 꺼져갔다. 연회석은 삽시간에 어둑어둑해졌다. 이때 어느 한 신하가 술김에 미녀의 옷자락을 슬쩍 당겼다. 미녀는 너무 놀라 그 신하의 모자 끈을 홱 잡아채며 고함을 질렀다. "누가 망측한 짓을 해요? 촛불을 켜야겠어요!" 신하들이 웅성거렸다. "아니 무슨 일이요?" "누가 음탕한 짓을 한 거 아니요?" 초장왕이 위엄있게 말했다. "여자가 자신의 정조를 뽐내기 위하여 신하의 얼굴에 먹칠을 할 필요는 없느니라." 하더니 이내 명령을 내렸다. "오늘 저녁 여기서 술을 마신 신하들은 모두 모자 끈을 끊어버리도록 하오!" 왕의 어명이라 신하들은 무슨 영문인지로 모른 채 일제히 모자 끈을 끊고 숨을 죽이며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초나라 장왕이 다시 촛불을 켜라고 하자 하녀들이 촛불을 켰다. 연회장은 다시금 환해졌다. 그 미녀는 그때까지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러나 신하들의 모자 끈이 모두 끊어져 있었으므로 도대체 누가 자기의 옷자락을 당겼는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장왕이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자, 이제 신하들은 시름을 놓고 집으로 돌아들 가게나!" 여러 신하들은 한시름을 놓은 듯 환한 얼굴로 집으로 돌아갔다. 그후 초(楚)나라에서 정(鄭)나라를 공격했는데 누군가가 맨 앞장서서 용감하게 싸웠다. 그 사람은 무려 다섯 차례의 돌격에서 매번 앞장을 서서 적들을 물리치고 승리를 이끌어냈다. 전투가 끝난 후 조사해본 결과 그 사람이 바로 설날 맞이 연회석에서 미녀의 옷자락을 당겼던 신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강원구 <행정학박사. 한중문화교류회장>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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