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 염려” 한 줄… 법조계 “잡범 수준 사유로 대통령 구속” 입력시간 : 2025. 01.20. 01:59
하지만 일각에선 함께 계엄에 가담해 구속 기소된 공범들의 진술 등 이미 증거의 대부분이 확보돼 있는데, 도주 우려가 없는 현직 대통령을 구속까지 해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휴대폰 교체·텔레그램 탈퇴 등 고려한 듯 윤 대통령 영장 심사는 지난 18일 당직이던 차은경 부장판사가 맡아 다음 날 발부됐다. 영장 심사는 평일에는 전담 판사가 하지만, 18일처럼 주말엔 민·형사부 판사들이 돌아가며 대신 한다. 차 부장판사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전후해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텔레그램을 탈퇴한 점, 윤 대통령 측이 대통령실과 한남동 관저 압수 수색을 거부한 점 등을 강조한 공수처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윤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으로 사법 심사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차 부장판사는 또 윤 대통령이 체포된 지난 15일을 제외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조사에 불응하고, 범죄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점 등을 증거인멸 요인으로 봤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해석이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직무 정지돼 있지만 여전히 영향력으로 국무위원을 회유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했다. ◇“현직 대통령을 꼭 구속해야 되나”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현직 대통령을 꼭 구속 수사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형사소송법상 구속영장 발부의 전제는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느냐이다. 여기에 주거가 일정치 않거나 증거인멸 또는 도주의 우려가 있느냐, 범죄의 중대성과 재범 위험성이 있냐 등도 고려한다. 법조계 일각에선 지난달 3~4일 6시간 동안의 비상계엄 상황이 전 국민에게 생중계됐고, 계엄에 가담한 군과 경찰 지휘부가 이미 윤 대통령 지시 사항 등을 고스란히 진술했으며, 윤 대통령이 계엄 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 사실상 칩거해 특별히 숨길 증거도, 도주할 가능성도 없다고 본다. 법조계 한 원로는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현직 대통령을 굳이 구속 수사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윤 대통령도 사법 절차에 따라 수사에 협조했다면 이 같은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달랑 15글자... 이재명 땐 사유만 600자 이날 차 부장판사가 윤 대통령을 구속하면서 밝힌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음’이라고 한 15글자짜리 사유도 논란이다. 법조계 한 인사는 “짤막한 영장 발부 사유만 보면 거의 잡범 수준”이라며 “혐의 소명 정도 등을 좀 더 자세히 밝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과거 공개된 주요 인사들의 구속 영장 심사 결과도 이번처럼 짧지는 않았다. 2017년 3월 법원은 뇌물 수수 등 13가지 범죄 혐의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하면서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어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는 35자 사유를 댔다. 2023년 9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기각 사유를 600자 분량으로 밝혔다. “위증 교사 혐의는 소명되지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을 감안했다”는 이유도 달았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재명 대표도 혐의가 확인되면 (윤 대통령과) 똑같이 구속함으로써 법 원칙이 지켜져야 할 것”이라고 했고, 민주당은 “사안의 경중이 다르다. 왜 내란 사태에 갖다 붙이느냐”고 반박했다. /경인일보 파인뉴스 기자 470choi@dau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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