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시간 : 2007. 04.18.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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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 분립제도의 의의는 독재 권력의 등장을 막는데 있으며, 대통령중심제 하에서 독재 권력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고 할 때 대통령의 지나친 권력을 어떻게 억제하느냐 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헌법을 제정할 때 항상 중요한 관심사항으로 되어 왔다.
대통령의 권한 비대를 가장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길은 두말할 필요 없이 입법권과 예산심의권 및 국정감사권을 지니고 있는 국회의 기능에서 찾을 수 있다. 따라서 헌법은 국회의원에 대해 헌법기관으로서의 지위를 부여하고 있으며, 면책특권 등 다양한 권한과 혜택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이처럼 국민의 대표로서 그들에게 부여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각종 특권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헌법이 부여한 역할과 소임을 다하여야 한다는 전제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과연 지금 우리의 국회의원들이 이러한 역할과 소임을 다하고 있는가. 지난 2일 국회는 표결을 통해「국민연금법안」을 부결시킨 한편「기초노령연금법안」은 통과시키는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였다. 이게 과연 정상적 판단능력을 지닌 국회의원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행태인지 많은 국민들이 헷갈리고 있는 것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연금을 비롯하여 각종 연금의 제도와 운용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어지간한 국민들이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연금수급자들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기는 하지만, 연금 개혁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는 것도 대다수 국민들이 이해하고 있는 대목이다. 왜냐하면 현행 연금제도를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머지않아 그 재정이 바닥나리라는 것이 명약관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회는 연금의 기금 고갈을 방지하기 위한 재정을 건전화하기 위한「국민연금법안」은 부결시킨 반면 연금의 지출이 증대될 수밖에 없는 선심성「기초노령연금법안」은 통과시킨 해괴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과연 누구의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올 수 있다고 본 것일까?
물론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신뢰도가 이미 땅에 떨어진 마당에 그들에게 국가의 장래를 고려한 이성적 투표를 기대할 국민들의 숫자 또한 그다지 많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들의 행동이 국민들에게 계속하여 실망만을 안겨주게 된다면 이는 심각한 헌정의 위기를 초해할 수 있다는 것을 국회의원 자신들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다름 아닌 「국회」가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 회의가 높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경향이 높아져 간다면 이는 지난날 군부 인사들이 국회의 비능률과 국회의원들의 부패를 그 이유로 들어 ‘국가재건최고회의’와 ‘국가보위입법회의’를 출현시켰던 것과 동일한 현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며, 더욱 심각한 것은 이처럼 국민적 신뢰도의 상실에서 초래된 국회무용론(國會無用論)은 지난날의 정치군인들에 의한 국회기능정지 보다도 훨씬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라 건데 국회가 민주주의 하에서 ‘필요악’이 아닌 반드시 필요한 기구로서 국민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게 되었으면 한다.
오수열< 조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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