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시간 : 2007. 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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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기본적으로 ‘정치적 존재’인 이상 대학교수들이 정치과정에 참여하는 것 자체를 나무랄 일은 아닐 것이다. 그리하여 이미 오래전부터 대학교수들의 현실 참여는 있어 왔고, 앞으로도 그러한 현상은 지속 될 것이다.
그러나 ‘최고의 지성인 집단’으로 사회의 존경을 받고 있는 교수들의 사회참여는 어디까지나 사회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데 기여해야하며 오직 자기 자신의 입신출세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금도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우리 사회의 약자인 노동자 계급이 정치 세력화하는데 고급 두뇌가 필요한 경우 교수들이 이익추구로서가 아닌 희생하는 마음으로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며, 수구 보수 세력의 집권을 저지하는데 진보그룹이 힘겨워할 때 지식인의 사명감으로 뛰어든다면 이는 지식인의 역할이라는 범주에 속한다고 보아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대학의 경우에도 적지 않는 폴리페서(polifessor)들이 존재하였고 지금도 나타나고 있다. 멀리는 권력이 변동될 때마다 새롭게 권력을 장악하는 세력에 밀착함으로써 대학권력을 지켜내려 했던 전 경영진이 그러하였고, 가깝게는 총장직을 마치 정계 진출을 위한 도구로 인식하여 입신출세를 도모여 왔던 사람들이 거기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물론 대학의 입장에서는 우리 대학 출신이 정계에 진출하여 ‘잘 나간다’면 알게 모르게 대학 운영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나쁜 일이 아닐 것이다. 또 사회적으로도 대학에서 전문성을 기른 인사들이 현실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발전적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 따른 부작용도 생각해 봐야 한다. 우선 교수나 총장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는 순간부터 그들의 뇌리 속에 연구와 대학운영은 부차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대학에 재직 시 연구 실적이 거의 전무 하다시피한 전직 총창들의 경우에서 이미 잘 드러나고 있다. 이처럼 교수들이 외도(外道)에 관심을 갖게 되면 그 1차적 피해자는 학생들일 수밖에 없다. 대학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아질 것이고 강의는 부실해 질 것이다.
최근 중앙대의 박아무개 총장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다가 학내외의 반발에 부딪쳐 사퇴한 것도 대학인들의 이러한 염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겠다.
옛말에 ‘한 몸에 두 지게 지지 못 한다’는 말이 있듯이 결코 쉽지 않는 과정을 거쳐 교수가 된 이상 그 직책에 충실해야 할 것이며 정말로, 정치를 해보고 싶다면 교수직이나 총장직을 깨끗이 정리하고 정정당당히 뛰어드는 자세가 바람직 할 것이다. 해방직후 지역의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지역민들의 염원이 모아져 세워진 우리의 대학이 언제쯤이나 혼탁스러운 정치로부터 벗어나 젊은 낭만과 학문의 열정이 충만 하는 ‘무공해 지대’가 될 수 있을까.
며칠 전 모 인사로부터의 전화를 통해 이제 갓 물러난 총장마저도 한나라당에 입당하여 무슨 위원장을 맡게 된다는 소식이 필자를 우울하게 한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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