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선의 대학과 취업
입력시간 : 2009. 02.07. 00:00확대축소


해마다 2월이면 대학마다 졸업식을 갖는다. 대학의 정규 과정을 마치면 희망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다는 기대를 지닌 사람은 이젠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졸업은 시작의 떨림이 감동으로 마무리 되는 축전이라는 말은 까마득한 추억이 되고 말았으니 아쉬움 천만이다.

당황한 대학 당국에서는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느니, 더 큰 도약을 향해 나아가는 출발점이라는 등의 말장난 같은 괴변을 만들어냈으리라. 청운의 꿈을 품고 대학에 진학한 수많은 젊은이들, 그들은 가난 때문에 학자금 대출을 받아 신고 끝에 간신히 졸업을 하지만, 취업난으로 말미암아 대출 상환을 못해 사회 진출도 하기 전에 신용불량자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니 누구의 잘못을 따지기 전에 가슴 아픈 일이다.

졸업장 하나 달랑 들고 쓸쓸히 퇴장하는 저 초라한 젊은이들, 그들은 마음 놓고 술 한 잔 마셔보지 못했고 짜릿한 청춘사업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학교와 생활전선을 열심히 동분서주한 경우가 많다고 하니 외제 자가용에 고급 원룸에서 호화롭게 생활하고도 번듯하게 명함 새겨 행세하고 다니는 일부 대학 졸업생과 견주노라니 대학 생활에서조차 빈부의 양극화는 또 어디에다 책임을 물어야 할까?

자본주의의 필연적인 실상인가? 실업자로 대학을 졸업하기 보다는 일부러 학점을 따지 않음으로써 대학 5~6학년생이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한 현실에서 대학에 대한 생각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사서 중 ‘대학’에서는 대학(大學)의 나아갈 길에 대하여 “진리를 밝히며, 백성을 새롭게 하고, 지극한 선의 경지에 멈추어 서는 것”이라고 정의 했다. 진리를 밝힌다는 것은 학문이나 기술 연마를 말하며, 백성을 새롭게(또는 백성과 친하게 지낸다고 하기도 하는데) 한다는 것은 경국제민 곧 취업을 하여 백성을 위해 봉사함을 말한다.

그리하여 모두가 선의 경지 이른바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에 목표를 둔 것이 대학이 걸어야 할 길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동양의 대학관은 결국 서양에서 말했던 현실과는 동떨어진 상아탑의 개념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알게 한다. 서양에서 말하는 사회 현실이야 어찌되었든 간에 대학은 저만치 홀로 피어 있는 꽃으로서 진리를 탐구하는 신성한 곳이라는 생각은 오늘의 소비 욕구나 현실성을 무시한 허언이 된 지 오래되었다.

대학생이 신용 불량자가 되고 대학이 취업을 위한 수단이나 도구로 전락한 이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옳을까. 이른바 대학이 졸업생 이라는 제품을 생산해 낸 공장이 돼버린 오늘의 현실은 서구의 공장형 학교 제도의 수입 때문이라는 주장은 옳지만 그 이전에 개인의 실력이나 능력 보다는 간판 또는 학벌을 중시한 그릇된 가치 기준이 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오랜 역사를 지닌 단일 민족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을 것이다. 단일민족이었던 만큼 혈연, 지연의 중요성은 유달랐고 거기에 학연이 추가되면서 ‘직선’ 중심의 사고로 고착되어 유연성이나 입체감을 잃은 지 오래되었다. 간으로 말하면 경화에 이른 것과 다를 바 없다. 동양의 전통적 대학관이 현실적 문제 곧 빵의 해결이 전제된 상태에 그 길이 있었던 것과는 달리 서양의 대학은 그 출발점이 빵의 문제와는 거리가 있었던 것인데 언제 부턴가 우리는 공장형 대학을 받아들인 데 열중하여 이른바 현실감이 떨어진 인재 아닌 제품을 생산하는데 열을 올렸던 것이다.

아주 훌륭한 실업계 고교를 마치고 또 다시 시설이 열악한 대학에 진학하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자. 굳이 사설을 붙이지 않더라도 그 해답을 잘 알 것이다. 학력 철폐, 혈연과 지연 타파 등을 외쳐대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모두가 소통의 부재에 따른 것이 아닌가? 소통의 부재라 했거니와 실업계 고교생이 대통령은 되는데 어찌하여 장차관이나 고위 공직자로서는 소통되지 않은지, 왜 실력과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그로 인하여 자랑스러운 사람으로 대우 받거나 존중되지 못하고 어느 지역 출신, 어느 대학 졸업자라는 잣대로 평가의 대상이 되는지, 부실한 대학이 왜 저리 씩씩하게 실업자를 양산하도록 방치하는지 그런 기본적인 물음에 대해 시원한 소통을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최 한 선 <전남도립대학 교수·한학자>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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