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논다고 하면 술과 노래 그리고 오락 등이 쉬 떠오른다. 한때 관광지에 가서 음악을 틀어놓고 어깨를 들썩이며 음주와 가무를 하는 것이 노는 것이라고 여겼던 적이 있었고, 모텔 같은 곳에 들어가 화투놀이 등을 하면서 담배 연기 속에서 건강을 망치고 우정을 금가게 하는 것이 놀이라고 한 적도 있었다. 요즈음 어른들은 골프장 같은 곳에서 내기 골프를 치거나 카지노 등지에서 도박성 게임이나 하는 것을 놀이라 여기며, 젊은이들은 오락실이나 당구장 혹은 나이트 클럽 같은 곳에서 몸을 혹사시키거나 시간을 절단 내는 것을 놀이라 하지는 않은지 모르 일이다. 젊어서 잘 논다는 말, 참 좋은 말이지만 우리나라 젊은이가 과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논대서야 어디 가당치나한 일인가? 우리가 부자가 된 사람이라고 하면 거개가 새벽에 일어나 하루 스무 시간여 간 일만 한 사람, 물불을 안 가리고 악착 같이 돈을 버는 동안 가족은 언제나 희생을 당한 사람, 노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마치 성직자와 같은 생활을 한 사람을 생각하곤 한다. 그 결과 우리의 부자는 어찌 되었는가? 이 경제적 난관에도 우리의 부자들은 과연 통할 수 있는지? 우리의 고전소설 가운데 영웅소설이라는 유형이 있다. 주인공은 영웅인데 그는 고귀한 혈통을 지녔지만 어려서는 반드시 커다란 시련을 겪는다. 그러나 뜻밖의 조력자를 만나 자신의 잠재된 혈통적 역량을 계발한 뒤 훌륭한 능력의 소유자로 성장하는 등 시련을 극복한 다음 국가적 위기를 만나자 마침내 영웅적인 행동을 하여 국가에 큰 공을 남긴다는 전형성을 지닌다. 이런 전형의 영웅 소설 주인공에게는 세 가지 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고귀한 혈통과 위대한 조력자, 그리고 국가적 위기 등이 그 것이다. 오늘날 우리 젊은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놀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데 그렇다면 그들에게 전제된 조건은 어떤 것인가? 우리 민족의 가슴 속에는 놀이에 대한 유전자가 충만해 있다. 재잘재잘 노래하는 앞 내와 나지막이 자리한 채 계절의 변화를 묵묵히 감내하는 뒷산의 의연함, 사계절의 무량하고 풍요로운 조화, 가득 찼다가는 밀리고 밀리는가 싶더니 다시 꽉 채우는 조수의 출입 등은 우리에게 자연의 음양법에 순응하는 심성을 부여하였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음악에 자연 어깨가 올라가고 흥얼흥얼 콧노래가 절로나기 마련인지 모른다. 어쨌든 우리의 젊은이들은 잘 놀 수 있는 유전 인자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현실에서 어떻게 노는 것이 성공하는 것인가? 물론 성공이 무엇인가도 따져봐야 하겠지만 그거야 성공은 뭐라 뭐라 해도 남으로부터는 존경 받으며 자기 스스로 만족하는 삶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돈은 많이 벌었지만 많은 사람으로부터 손가락질 당하거나 가정이 원만치 못한 사람, 고위 관직에 올랐지만 건강을 잃었거나 부정과 비리에 연루 되어 불행하게 된 사람 등이 너무나 많지 않던가. 그렇다면 음양적 순응의 유전적 ‘놀이 끼’를 어떻게 발휘해야 할 것인가? 물론 창조적인 놀이를 해야 한다. 창조적인 놀이란 어떤 것인가? 생전 보지도 듣지도 못한 것이 창조요, 창의라고 생각하지는 말자. 보지도 듣지도 못한 것을 어떻게 만들 수 있겠는가? 비행기를 만든 사람은 날아가는 새와 잠자리를 보면서 사람도 날 수 있다는 상상을 한 것 아닌가? 우리 이제 창조나 창의라는 말에 대한 막연한 허상을 버렸으면 한다. 이미 있는 것들, 그 것들을 다르게 보고, 재배치하고, 합치거나 흩치는 사이에 전혀 엉뚱하지만 신선하게 다가오는 그 무엇, 나는 그 것을 잘 하는 것이 잘 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우리 주변에 널려있는 모든 것들이 곧 놀이도구란 얘기다. 그래서 창조는 시인의 장기인지도 모른다. 한용운 시인의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이라는 시구를 떠올려보자. 어찌 첫 키스가 금속성 같이 날카로울 수 있겠는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표현이 아닌가? 다름 아닌 언어와 상상을 가지고 잘 논결과의 창조물이 아니고 무엇이랴. 최한선<전남도립대 교수>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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