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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에서 나오는 푸짐한 반찬들을 보며 혹시 다른 사람이 먹다 남긴 음식을 재사용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본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지난해 보건복지가족부의 남은 음식물 재사용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일반음식점 9만여 곳 가운데 4천 곳에 이르는 음식점에서 남은 음식을 다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는 단순한 우려 수준을 넘어 우리의 안전한 먹거리를 위협하는 큰 문제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연일 계속되는 먹거리 파동으로 어떤 음식을, 어떻게 잘 먹어야 할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하지만 식중독균 등으로 손님의 건강에 위해를 끼친 영업자에 대해서만 영업소 폐쇄나 영업정지 처분 등 행정적 조치가 내려졌을 뿐 남은 음식 재사용 자체에 대한 제재는 사실상 없었던 터라 지난달 4일 ‘잔반 재사용 금지에 관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 발효는 식품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개정된 식품위생법은 손님이 남긴 음식을 재조리 하거나 반찬을 재사용한 사실이 적발되면 적발 횟수에 따라 1차 영업정지 15일, 2차 영업정지 2개월, 3차 영업정지 3개월의 처분이 가해지고, 특히 1년 이내에 네 번 적발된 업소는 영업 허가를 취소하거나 업소를 폐쇄하는 등 강력한 제재로 이어진다.

강력한 제재가 경제난을 겪는 음식업계에 미칠 영향, 음식점 남은 반찬 쓰레기로 인한 음식물쓰레기 증가 문제, 단속 인력 부족 및 현장 증거 확보 어려움에 따른 제도 도입에 대한 실효성 논란 등 많은 우려 속에 시행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제도가 완벽하게 정착되었길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그리고 이 시점에서 제도의 실효성을 논한다는 것 또한 시기상조일 것 같다.

그러나 분명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식당에서는 뷔페 형식으로 음식을 제공하거나 반찬 양을 줄이는 등 남은 반찬 줄이기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고, 당초 우려했던 바와는 달리 실제 음식물쓰레기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매체 홍보를 통하여 ‘남은 음식 재사용 안하기’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또한 어느 정도 조성이 되었으며, 반찬 양을 줄임으로 인해 업소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어 업주들의 호응도 높아지고 있다.

물론 예향의 미덕이라 여겨졌던 푸짐한 상차림 문화가 하루아침에 동전 뒤집듯 바뀔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항상 풍족한 상차림에 익숙해진 손님들에겐 남은 음식을 줄이기 위한 식당들의 이러한 변화가 자칫 야박하다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한쪽만의 노력만으로 새로운 제도가 정착되기는 어렵다. 함께 노력하고 서로 이해하며 우리 모두를 위한 변화된 제도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강력한 제재를 피하기 위한 눈가림식 변화가 아닌, 식품안전을 기반으로 한 제대로 된 음식문화가 정착되고 후한 인심보다는 진정한 맛의 고장 광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한뜻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차재준 <광주시 건강증진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