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호>故김대중 대통령 영전에-
입력시간 : 2009. 08.21. 00:00확대축소


스승님 한 말씀만 해주십시오 시인 강 경 호



바람도 없는데 인동초꽃 하나 졌습니다

영원히 우리 곁에서 향기 내뿜을 줄 알았는데

마침내 먼 길 떠났습니다.

가시는 길 손시려 호호 불지 말라고

사랑하는 사람이 뜨개질 한 벙어리 장갑 낀 채

하늘나라로 향했습니다.



이제 당신을 자주 그리워할 것입니다.

당신을 지지했다고 흔한 고무신 하나 얻지 못했던

내 유년의 상처가 자랑스럽습니다.

중학교 때 읍내 선거마당에서 처음 보았던

당신의 큰 구두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당신과 같은 시대를 살았다는 것이

가장 큰 행운입니다.



김대중-

그가 대한민국 15대 대통령이었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가 민주주의와 남북통일을 위해 큰 공을 세웠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가 사형수였고 다섯 번 죽을 고비를 넘기고

가택 연금을 당했다는 것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아직도 그의 옆구리에 창을 들이대고 조종하는 저들을

어떻게 용서할 것인가를,

부자와 대기업을 위해 눈이 어두운 저들을

어떻게 용서할 것인가를,

당신과 당신의 동지들이 죽음으로 지켜온 민주주의와

남북상생의 길을 위협하는 저들을

어떻게 용서할 것인지를,



토머스 모어 성인- 김대중.

당신을 말해주십시오.



이 땅에 야수와 모리배들이 날뛰는데

우리는 그들을 용서할 수 없는데

당신은 어떻게 길을 떠나실 수 있는지요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독재자들을 지엄하게 꾸짖으셨는데

이땅에 어떤 어른이 있어

저 철없는 것들의 종아리를 칠 수가 있는지요

어떻게 저들을 용서할 수 있는지

먼 길 떠나는 불멸의 스승이시여 한 말씀만 해주십시오.



2009년 8 월 20일

강경호 약력

1958년 전남 함평 출생/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시집 『함부로 성호를 긋다』 외 다수, 연구서 『최석두 시연구』, 평론집 『휴머니즘 구현의 미학』, 문화유산답사기 『다시, 화순에 가고 싶다』/현재 시전문지 계간《시와사람》발행인 겸 주간.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동 8-1 <시와사람>

전화 : (062)224-5319, 011-674-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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