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의 웰빙 칼럼-무
입력시간 : 2009. 09.29. 00:00확대축소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채소 중의 하나인 무. 서민의 식탁에 무가 없었다면 얼마나 단조로운 식탁이었을 것인가. 옛날에는 시집온 새댁에게 시어머니가 무를 주면서 “ 아가. 12가지 무 찬을 만들어라” 했다한다.

깍두기, 무김치, 총각김치, 동치미, 나박김치, 무나물, 무생채, 무조림, 무국, 무시루떡 ... 무 요리를 보고 새댁의 음식솜씨와 사돈네의 가풍까지 짐작했다는 것이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밥상에 무로 만든 음식은 소화효소가 많아 밥을 잘 먹고 속을 편하게 해주는 역할 때문일 것이다.

무의 원산지는 지중해연안. 6천년 전의 이집트에서 피라밋을 만들 때 동원된 노동자들에게 무를 먹였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식용한 역사가 오래된 것을 알 수 있다. “ 4월이면 식탁에 오르는 지긋지긋한 무 요리여!” 라고 가난한 시인 로버트부라이닝을 한탄케한 무는 한국이나 아시아권 외의 문화권에서는 별로 발달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때 쓰여진 「가포지영( 家圃之詠)」에 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미루어 보아 오래 전부터 식용했음을 알 수 있다. 당시에는 무라 하지 않고 ‘나복( 蘿蔔)’이라 하여 나복김치, 나복채, 나복병으로 적고 있다. 무를 납작하게 썰어 담든 물김치인 ‘나박김치’는 ‘나복’에서 나온 말이다.

무는 김치용으로 많이 쓰기 때문에 용도별로 종류를 구별해보면 동치미용으로 동글동글하고 작은 성호원종, 깍두기용으로 밑이 둥글게 퍼지고 단단한 재래종인 서울무, 총각김치용으로는 잎이 달린 무나 열무로 껍질이 얇은 것, 단무지용은 궁중 ? 연마가 좋다.

무를 고를 때는 몸매가 곧고 흰빛이 나는 매끄러운 것이 좋고 무청이 달려 있는 것을 고른다. 무청에는 비타민 A, C, B, 칼슘이 들어있어 영양가가 매우 우수하다. 무잎을 깨끗이 씻어 말려 자른 후 면주머니에 넣어 목욕물에 넣으면 냉증? 요통에 효과가 있다.

무는 진흙에서 자란 것이 맛있고 전체가 흰 것과 무청 달린 부분이 푸른 것이 있는데 푸른 부분이 많을수록 단맛이 강하다. 짧고 둥글한 것은 무우 특유의 매운맛이 나므로 조림용, 길이가 긴 무는 수분이 많고 약간 싱거운 맛이 나므로 생채로 이용한다. 무의 껍질에는 속보다 비타민 C가 배나 더 들어 있으므로 껍질을 도려내지 말고 깨끗이 씻어서 먹는 것이 좋다.

무를 썰어 말린 무말랭이에는 비타민류와 칼슘, 철, 인등 미네랄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비타민 C의 함유량도 사과의 4배에 해당하는 양이 들어있다. 예부터 무를 많이 먹으면 속병이 없다는 말이 있다. 무에는 디아스타제라는 소화효소가 음식물의 소화흡수를 돕기 때문이다. 무즙의 매운 맛 속에는 살균효과, 강력한 항균작용, 항암효과가 있고, 잎에는 무기질과 비타민 등이 많이 들어있다. 생선회나 구이를 조리 할 때 무즙을 곁들이면 산성식품인 생선을 중화하는 역할을 한다.

한방에서는 무는 폐열(肺熱)을 식히는 작용이 있어 가래나 기침을 가라앉히고, 성질은 서늘하고 맛은 맵고 달며 생것일 때는 차지만 익으면 따뜻해진다고 한다. 무의 우수한 수분과 많은 비타민 C가 기침을 멎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무즙이나 무엿은 만들기도 간단하다. 무를 1㎝네모로 썰어 병에 담고 위에서 조청이나 꿀을 2~3일 두면 무의 물이 다 빠져 맑은 물이 된다. 무를 굵게 채 썰어 벌꿀에 재워 3~6시간 정도 두었다가 뜨거운 물을 부어 마셔도 좋다. 무즙은 무를 강판에 갈아 즙을 짜서 뜨거운 물에 꿀과 함께 타서 10분정도 중탕하여 마신다. 기침이 날 때 이물을 먹으면 기침도 멎고 아픈 목도 잘 낫는다. 특별한 향도 색도 없지만 다른 재료와의 융합이 쉽고 시원한 맛을 내는 무. 성분과 약효를 더듬으며 너무 가까이 있어 그 가치를 생각지 않은 것들을 돌아본다.

김정숙 교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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