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변화에 따라 기존 윤리나 가치 척도가 함께 변하고 있어서 불변의 진리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리기도 함은 감출 수 없는 시대상황의 반영 이였다. 대학 1학년 때 교수님께서 국문학과 한국문학 중 어느 말이 맞는지 질문을 하셨다. 우리들의 엇갈린 대답을 듣고 나신 뒤 교수님께서는 국문학은 국내용이요, 한국문학은 수출용이라는 정의를 내려주셨다. 그 뒤 대학에서 국문학을 가르치면서 국문학의 정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미국이나 중국도 자기 나라 문학에 대해 국문학이라 하므로 국문학이란 말은 국내용이라는 말이 맞을 듯하다. 그렇다면 국문학의 개념은 어떻게 내려져야 하는가? 우선 표현 매체가 국어라야 할 것이다. 이는 제일 독자가 자국민이라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국어라 했으니 여기에 대한 정의도 필요하다. 우리의 경우 1894년 이전에는 우리의 사상과 감정 표현 매체를 주로 한자에 의존했다. 그러니까 갑오개혁 이전까지의 우리 국어는 말과 표현이 일치하지 않아서 말은 한글로 했을지라도, 표기는 한자를 주로 하였다. 그러므로 국어의 범주에 한자를 포함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이다. 따라서 우리의 실정상 국어는 한자와 한글 두 개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 한자를 국어에서 배제할 경우 한자를 빌어 표현된 모든 고전은 국문학의 범주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여기서 고려할 사항은 한자로 담아낸 우리의 사상과 감정을 한자로 표현되었다는 이유로 국문학에서 제외시킨다면 그것이 중국문학이 되는가의 문제이다. 가령 황해도 출신 동물학박사 이미륵 선생이 독일어로 쓴 <압록강은 흐른다>와 김은국 선생이 창씨 개명으로 우리의 이름을 빼앗긴 설움과 분노 그리고 일본의 만행을 온 세계에 고발하기 위하여 영어로 쓴 <잃어버린 이름> 등이 독문학이나 영문학으로 대접을 받느냐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인의 사상과 감정을 담은 내용이 한자로 표기되었든 독일어나 영어로 표현되었든 간에 중국문학이나 독문학 또는 영문학으로 다뤄지지 않고 있음은 표현 매체보다는 그 내용에 중점을 둔 자국문학 곧 국문학의 정의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국문학의 정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내용이란 말인가? 그럴 경우 앞서 말한 <압록강은 흐른다><잃어버린 이름> 등은 우리 국문학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한자로 표현된 한문 소설이나 한문 단편 그리고 중국을 소재나 대상으로 한 한시 등이 문제이다. 소를 위해 대를 희생해야 한다는 소탐대실의 벽과 맞닥친다. 결국 문학이 담고 있는 내용만으로 국문학의 정의를 내릴 수 없다는 말이 된다. 한편 표현 매체를 문제삼을 경우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와 같은 영문학이나 <아Q 정전>과 같은 중국문학의 한글 번역본이 과연 우리 국문학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한 답도 있어야 하니 결론은 녹록치 않다. 낮과 밤이 다르게 변화를 계속하고 있는 시대, 국경과 언어 그리고 피부를 넘어선 글로벌시대라고 하지만 강대국들은 모국어와 국사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에 우리는 국제화 시대 운운하면서 모국어와 국사 교육을 소홀히 하면서 일상생활에서조차 영어와 일본어를 무분별하게 아니 현학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과연 옳은 처사인가? 교육 당국의 철학이나 소신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국민의 의식도 비난을 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글로벌시대를 찬양하든 국수주의를 지지하든 간에 우리는 국제 사회와 질서를 무시할 수 없다. 대한민국 문학에 대해 국문학이라 하든 한국문학이라 부르든 간에 그것은 우선 표현매체가 한국어라야 할 것이다. 그 말은 한국인 독자를 제 일 독자로 염두해 두고 창작된 것이어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 다음 내용에 있어 한국인의 시상과 감정을 담는 것이어야 할 것인데 이 경우 그 표현매체가 영어나 독일어 등 외국어일지라도 모두 끌어안는 포용력이 요구됨은 재언을 요치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문학의 정의에 있어 표현매체, 제 일 독자, 내용 등 그 어느 하나만으로는 재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한선<전남도립대학 교수·문학박사>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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