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교수의 웰빙칼럼- 산수유
입력시간 : 2010. 03.03. 00:00확대축소


대지의 온기가 느껴지고 봄기운이 먼 기적소리처럼 떠나고 싶게 하면 지리산 자락 구례 산동마을로 가라. 3월이면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나무 산수유가 터트린 꽃망울이 노란 안개처럼 환상적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샛노란 작은 꽃들이 안개꽃처럼 수백 수천 송이가 두루 어울려 비로소 하나의 꽃을 이루고 있다. 화려하지도, 향기를 풍기지도 않지만, 다른 꽃들 보다 먼저 점점이 온통 노란 물감을 찍어 낮은 돌담에도 산골마을에도 봄을 알리고 있다.

산수유나무는 갈색 껍질에도 독특하고 운치 있는 무늬가 있다. 나무의 껍질이 얇은 조각으로 벗겨지고 나면 다시 새 껍질이 생기기를 반복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어김없는 약속처럼 겨울 지나 봄이 오고 “ 부활에 대한 모든 신앙은 봄이면 다시 살아나는 식물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말에 끄덕이며 대자연의 진리에 경이로움을 새삼 느끼게된다.

산수유는 층층나무과에 속하며 키가 작고 산에서 자란다. 열매는 처음 익어 마르지 않았을 때는 붉고 살이 통통하고 윤택하다. 그래서 산(山)- 붉다( 茱) - 살찌다(萸)라는 뜻으로 ‘산수유’라고 한다.

구례는 전국 산수유 열매 생산량의 60%를 생산하고 그 가운데 구례지방 생산량의

85%가 지리산 만복대 기슭에 자리 잡은 산동면에서 생산된다. 산동(山洞)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산수유나무가 있는데 돌에 새긴 안내문에는 ‘1000여 년전 중국 산동(山洞)성에서 가져와 국내에 가장 먼저 심은 시조수...’라는 글이 있다.

산수유는 한방의 중요한 약재이다. 한때는 이 나무 세 그루만 있어도 아들을 대학에 보낼 수 있다하여 ‘대학나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수익이 좋았다고 한다.

열매는 대추보다 작고 길쭉한데 처음에는 녹색이었다가 8~10월에 붉게 익는다. 10월 중순 상강(霜降) 이후에 수확한다. 잘 익은 열매를 따서 씨를 빼고 그늘이나 약한 불에 말려 쓰거나 술에 적셔 찐 후 약으로 쓴다.

산수유 열매 과육은 원기를 강하게 하고 정액을 거두어 간직하게 하는 효과가 있지만, 씨는 정액을 미끄러져 나가게 하기 때문에 약으로 쓸 수 없다. 그래서 과육만을 약재로 쓰는데 씨에 붙은 과육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산수유를 많이 재배하는 곳에서는 마을 처녀들이 입에 열매를 넣고 씨를 발라서 뱉으며 과육을 입 속에 모으는 방법을 썼다.

“ 산동처녀와 입맞춤만 하여도 산수유 약효를 본다”는 말이 생겼고 처녀들이 입으로 모은 것은 더욱 약효가 좋아 정력을 높인다는 소문으로까지 비약하기도 했다.

산수유의 맛은 시고 다소 떫은데 신맛은 몰식자산, 주석산 등으로 구성되며 체내에서 수렴작용을 한다. 때문에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는 허약한 체질인 사람과 신장 기능의 허약 때문에 오는 탈모에도 좋다. 특히 밤이면 몇 번이나 소변을 보느라고 잠까지 설치는 사람과 어린이들의 야뇨증에 효과가 있다. 장복하면 허라나 무릎이 저리고 아픈 사람, 노인들의 원인모를 귀울림증에도 효과가 있다.

산수유열매 20g을 물 500㎖( 2.5컵)에 넣고 달여 반으로 줄여 물 마시듯 마시는 산수유차는 혈압강하작용이 있어 겨울 추위에 혈압이 걱정될 때도 도움이 된다. 산수유주는 옛날부터 정력 강장제로 소문난 술이다. 빨갛게 잘 익고 살이 통통한 산수유 300g을 씨를 빼고 흐르는 물에 잘 씻어 물기를 없앤다. 이것을 유리용기에 넣고 소주 1.8ℓ를 붓고 밀봉해서 서늘한 곳에서 2~3개월 숙성시켜 20㎖씩 1일 2회 공복에 마신다. 숙성 중에는 4~5일에 한 번씩 용기를 흔들어 주면 약효가 잘 우러나 좋다. 붉은 열매로 담은 다른 과실주는 색이 점점 진해지는데 산수유주는 발그레한 반투명한 술빛이 은은하다. 하지만 향기가 없으니 향기로운 과실주와 섞어 마시면 더욱 좋다.

김정숙 교수<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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