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국립 수산 연구원 유해성 적조 발생상황 발표
입력시간 : 2005. 08.06. 10:12확대축소


요즘 바다가 심상치 않다. 군데군데 검은 색이 역력하다. 바로 적조다. 섬 자락을 따라 설치된 가두리 양식장들이 숨죽이고 바라보는 검은 바닷물은 공포의 대상이다. 장마 끝 무렵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적조는 요즘 한참 기승을 부린다.

적조생물이 생산하는 점액물질이 어류 아가미 세포의 기능을 저하시켜 산소공급을 원활치 못하게 함으로서 어류는 질식 상태가 되어 결국 폐사하게 된다.

전남 여수시 화정면 개도에서는 벌써 폐사한 고기가 수만 마리에 이른다. 여수시 남면 두라도와 화태도 양식장에서도 일부가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월호도(여수시 화정면, 두라도와 화태도, 월호도, 개도는 행정구역이 다르지만 돌산섬 앞에 서로 인접해있는 섬이다) 양식장에서는 아직 폐사한 양식장이 없다.2차 방어선은 양식장 바로 옆에 구축된다. 양식장을 관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작은 어선들이 양식장 앞에 한 줄로 늘어선 다음 배의 출력을 높여 스크루를 돌린다. 스크루의 물살로 밀려오는 적조를 밀어내는 것이다.

1, 2차 방어선을 뚫고 밀려온 적조는 다소 농도가 떨어진 상태이다. 이 때 최후로 사용하는 것이 양식장에 설치된 산소 공급기다. 양식장 내에 기포 발생기를 설치하고 물 속에 계속 공기를 넣어 주어 고기들이 호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적조가 밀려오면 달리 방법이 없다. 그러나 섬사람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 적조가 접근하면 3중의 방어선을 친다. 1차 방어선은 '황토 살포'이다. 양식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황토를 살포한다. 황토는 적조 생물을 부착하고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적조 밀도를 낮추어 준다.

월호도 양식장에도 벌써 두 번씩이나 적조가 들어왔다. 다행히 대형 적조 띠가 아니어서 피해가 아직 없다. 월호도 양식장 어민들은 고기들이 잘 버텨주었다고 대견해 했다. 그러나 이틀이 지났지만 고기들은 사료를 먹지 않는다

바다의 태풍소식이 들린다. 남해안이 태풍의 간접영향권에 든다고 한다.

"태풍이 빨리 왔으면 좋겠구만. 한번 야무지게 흔들어 줘야 이놈의 적조가 없어지지."

"아이고, 그러다 가두리 다 부서지면 어쩌게."

어부들은 차라리 태풍을 기다린다. 벌써 10여 일째 집에 가지 못했다. 흔들거리는 양식장 위의 간이 막사에서 생활해왔다. 적조가 언제 올지 모르기에 항상 대기상태로 있어야 한다. 양식장 옆에는 황토를 가득 실은 배를 대기시켜 놓았다. 산소 발생기 역시 가동 준비 상태 완료. 군대의 5분대기조가 따로 없다. 양식장 인근에는 제법 큰 배가 황토를 가득 싣고 포클레인까지 올린 상태로 대기 중이다.벌겋게 그을린 얼굴에 지친 어부들이 여전히 가두리 언저리에서 서성인다. 오늘(8월4일)은 다행히 바닷물이 맑다. 소주 안주라도 할 겸 낚시를 드리운다. 양식장 주변에서 사료를 나눠먹으려는 녀석들을 잡을 요량이다. 한참을 기다려도 입질이 없다. 녀석들은 벌써 적조를 피해 멀리 갔을지 모를 일이다.옆 가두리에서는 가두리 그물교체 작업이 한창이다. 가두리 양식은 치어를 넣어 3-4년을 길러야 상품화할 수 있다. 매년 2~3차례 가두리 그물을 바꾸어주어야 하는데 지금 그 작업을 하고 있다. 엄마, 아빠, 딸 둘, 이렇게 네 식구가 일하는 모습이 정겹다.

"아이고 이제야 다했네."

작업을 마친 어부의 혼자소리가 들린다. 밀려오는 적조를 막지 못하면 고기들은 폐사한다. 근처에는 아직도 적조 띠가 떠다니고 있다. 그 적조 띠를 걱정하면서 정성스레 가두리의 그물을 바꾸는 어부의 마음이 차라리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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