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선 칼럼> 북경의 밤
입력시간 : 2010. 06.07. 00:00확대축소


중국은 잘 아는 바와 같이 남한의 98배에 달하는 큰 땅덩어리를 지닌 공식 인구 13억명 이상의 거대국이다. 여기서 공식 인구라는 말은 호적에 올라 있는 인구를 말하는데 자녀 한 명만 낳기 정책 때문에 이런 저런 이유로 두 세 명의 자녀를 둔 집안에서는 아주 비싼 벌금을 물기 어렵거나 여러 가지 불이익을 감당하기 어려워 아예 한 자녀 외에는 호적에 등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이런 인구가 비공식적으로 약 3억명 이상일 것으로 추산한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광역시·도급인 성이 23개이며 북경 등 직할시가 4개, 티베트 등 자치구가 5개, 홍콩 등 특별행정구 2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민족 국가로서 전 인구의 92%를 차지하는 한족 이외에 조선족 등 55개 소수 민족으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중국의 수도는 북경이다. 북경은 중국의 북쪽에 위치한 도시로서 건조하면서 춥고 더움이 심한 지역으로 여러 면에서 수도로서 적합하지 않은 듯 보이지만 기원전 4백년 경 전국시대 연(燕)나라의 수도가 된 이래 제, 요, 원, 명, 청 등의 수도로서 8백 여 년 동안 영화를 누려왔다.

우리 조선시대 사신들이 ‘연경’이라 했던 곳이 바로 지금의 북경이며 북경을 연경이라 부른 이유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연나라의 수도였기 때문이다. 북경은 남쪽에 있는 강소성의 남경에 대비한 명칭이기도 한데 명나라의 개국자 홍무제 주원장이 남경에 수도를 정했지만 그의 아우가 반란을 일으켜 주원장의 아들인 조카 건문제를 죽인 뒤 민심을 수습하기 위하여 북경으로 수도를 옮기고 제3대 황제 영락제로 등극한 데서부터 북경은 오늘날까지 중국의 심장부로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북경은 정주 인구 1천3백만 명, 유동 인구 7백만 명의 거대 도시로서 낮에는 고궁, 천안문 광장, 만리장성, 이화원, 명 13릉, 유리창, 호동 등의 볼거리가 즐비하고, 밤에는 일류 쇼핑가인 왕부정, 서단(西單) 거리의 현란함 등 과연 이곳이 폐쇄의 대명사 중화인민공화국이 맞나 하고 의심이 들 정도이다. 특히 왕부정 거리의 시끌벅적함과 호동(좁고 작은 옛날 골목길)의 고즈넉하고 예스러움은 전형적인 중국인의 이중성을 보는 듯하여 묘한 심회를 불러일으킨다.

필자가 북경의 밤이라 했거니와 지금 중국은 자연 환경이 수려한 관광지와 문화유적이 역사를 자랑하는 명소마다 밤의 문화를 창출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른바 낮에는 볼거리를 제공하고 밤에는 즐길거리를 만들어 관광객의 발길을 흡입한다는 관광 전략의 일환이다. 예컨대 7대 고도의 하나인 항주에는 서호 인상과 송성 가무쇼가 고가의 입장료를 대가로 공연되고 있으며, 하남성의 소림사에도 최근 두 시간 정도의 쇼가 6백 달러라는 고가로 관광객의 주머니를 공략하고 있단다. 6백 달러면 우리나라 돈으로 얼마인가? 낮에는 관광지의 입장료로 주머니를 열게 하고, 밤에는 눈부시고 웅장한 쇼로써 다시 또 주머니를 열게 하는 저 화상인의 상술이라니…. 해마다 몇 차례 중국 여행을 하면서 관광지의 입장료나 부대시설 이용료가 날로 다르게 비싸짐을 느끼는데 이는 북경도 예외일 리가 없다. 북경의 밤 문화 가운데 이목을 끄는 것 중의 하나는 다름 아닌 ‘금면왕조’라는 쇼가 아닐까 한다. 약 한 시간여 가량 공연되는 이 쇼는 가장 값싼 자리가 80위안, 우리 돈 약 1만5천 원 정도이다. 중국의 물가를 감안할 때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하지만 줄을 서서 예약하지 않으면 보기 힘들 정도이니 그 예술성이나 흥미로움 등이 짐작되리라.

우리 지역, 천혜의 자연 환경 운운하지만 관광객을 압도할만한 자연 유산이 거의 없음은 부인키 어렵다. 그렇다고 예향이니 의향 또는 미향(味鄕)에 걸맞은 대표 브랜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사회는 날로 달로 첨단으로 가는데, 농촌을 주 기반으로 하는 우리 지역의 미래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머리를 맞대지 않을 수 없다.

지금처럼 입이나 말로만 남겨둔 땅이라고 구두선(口頭禪)만 외쳐선 정말 곤란하다. 낮에 보여줄 거리가 부족하다면 밤에 볼거리라도 마련해야 함은 재언을 요치 않을 것이다. 새로운 지자체 장에게 기대하는 바가 작고 적질 않음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한선 <전남도립대학 교수·전남문화재연구원장>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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