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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딸이네 아버지

나종주

대문 앞에 공동 우물이 있는

딸 부잣집 높다란 토방에

크고 작은 신발 나란히 놓여 있다

산파가 방문을 열고 나올 때

또 딸이네! 라는 말 듣기를 여섯 번,

동네 사람들이 붙여준 댁호가 ‘또 딸이네’ 집이다

윗목 아랫목 구분 없는 방안에 누워

두 눈 붙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그 아버지는 삼 대 독자다

가문의 영광과 대를 위하여

의에 주리고 목마른 땅에 왔다간 흔적 하나쯤

쿡 하고 찍어놓고 가야되지 않겠느냐며

밤을 주장하는 신들 앞에 무릎 꿇고 절도 해보고

두 손 모아 빌어도 봤지만

지갑만 탕진하고 말았다

그의 귓가엔 오래된 못하나 박혀있다

너는

어둠의 늪을 건너는

다리 밑에서 주워온 양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