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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 통해 정보수집, 민사소송과 달리 공짜…'심부름센터' 이용하듯

형사조정제도

검찰 내 형사조정위원회에서 고소사건 당사자들이 화해에 이르도록 조정하는 절차를 말한다. 형사조정위원회는 법률위원(변호사), 전문위원(의사·변리사·기술사), 지역위원(기업인·교육공무원) 등으로 구성된다. 경찰에서 고소사건을 수사해 검찰에 송치된 후엔 고소인과 피고소인 양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형사조정이 이뤄지면 ‘각하’처분되지만, 범죄혐의가 명백하면 처벌될 수 있다.

고소(告訴)와 고발(告發)

고소는 범죄의 피해자나 피해자의 부모 등 기타 고소권자가 수사기관에게 범죄사실을 신고해 범인의 범인의 처벌을 구하는 것. 고발은 범인 및 고소권자가 아닌 제3자가 수사기관에게 범죄사실을 신고해 처벌을 구하는 의사표시다. 고소는 대리인도 할 수 있고, 기간 제한이 있으며, 취소 후 재고소가 불가능하다. 고발의 경우, 대리고발은 불가능하고, 기간 제한이 없으며, 재고발이 가능하다.

불기소처분(不起訴處分)

검사가 사건을 수사한 결과 재판에 회부하지 않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기소를 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것. 불기소처분에는 기소유예, 혐의없음, 죄가 안됨, 공소권없음, 기소중지, 공소보류 등이 있다.

고소·고발 매년 60만건‐ 60%는 불기소

＃이모(54)씨는 2002년부터 자기 누나와 조카를 29차례 고소했다. '내 소유의 원룸을 훔쳐갔다', '내 원룸을 담보로 대출받아 횡령했다'는 이유였다. 검찰은 이씨가 정확한 근거도 없이 고소했다고 판단해 기소를 하지 않았다.

이씨는 포기하지 않고 올해 8월까지도 고소장을 냈다. 이씨가 고소장을 들고간 검찰청은 서울·인천·원주 등 전국에 고르게 퍼져있다. 지난 8일 검찰은 결국 '고소꾼' 이씨를 무고 혐의로 구속했다.

＃청주의 한 70대 노인은 지금까지 192명을 고소했다. 버스용이 아닌 카드를 제시하며 버스를 타려다 운전자에게 맞았다며 허위고소를 하기도 했고, 무고죄로 불구속 기소되자 '고소하는 게 내 직업인데 검사가 내 일을 방해한다'며 검사를 업무방해죄로 고소했다.

이 검사는 "무고죄로 불구속 기소하려고 보니, 이미 다른 무고죄로 집행유예 상태에 있었다"며 황당해 했다.

고소·고발이 남용되고 있다. 전체 형사사건 중 고소·고발이 차지하는 비율은 30%를 넘고, 고소·고발 건수도 매년 60만건을 이상이다. 이 중엔 요건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엉터리' 고소·고발이 적잖다. 전문가들은 "뭐든지 고소로 해결하려는 '고소공화국'이 됐다"고 지적한다.

늘어나는 '묻지마 고소·고발'…검찰은 괴로워

고소·고발로 대검에 접수된 사건수는 2007년 56만4532건, 2008년 59만4058건, 2009년 61만8470건, 2010년 8월까지 33만9433건으로 매년 크게 증가한다. 문제는 고소사건 중 증거불충분으로 기소조차 되지 않은 사건이 많다는 점이다. 2007년부터 2010년 8월까지 불기소 된 사건만 해도 128만6830건으로 전체의 약 60%를 차지한다. 이렇게 기본적으로 성립되지 않는 '묻지마'식 고소·고발이 쏟아져 검찰은 일에 허덕인다.

부장검사 출신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노명선 교수는 "전국 약 1700명의 검사가 개인당 한달에 약 200건의 사건을 처리하는데 이중 상당시간을 고소·고발사건에 쓴다. 하지만 불기소율이 60%를 넘는 사실이 보여주듯, 엉터리 고소·고발이 많아 검사들이 중요 사건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고소사건은 열심히 해봤자 시간만 많이 들지 검찰 내에서 주목을 받지도 못하고, 민원인들의 원성을 사기도 쉽다"고 했다. 대검 관계자는 "시간을 오래 끌면 장기미제(未濟) 통계로 잡히기 때문에 검사들은 '미제 줄이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불기소 처분을 받을 경우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고소인은 '항고'나 '재정신청'을 하기 때문에 같은 사건으로 두세 번씩 검사를 괴롭히기도 한다.

고소의 절반이 '재산범죄', 검찰은 '심부름센터?'

고소·고발사건이 많은 가장 큰 이유는 민사로 해결 가능한 사건을 형사소송으로 끌고 가려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특히 사기와 공갈, 횡령과 배임 등이 포함된 '재산범죄' 사건에서 많이 발견된다. 예를 들면, 상대가 자기에게 빌린 돈을 갚지 않으면 '채무불이행'으로 민사재판을 하면 되는데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형사고소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체 고소·고발사건 중 재산범죄의 비율은 IMF 때인 1999년 66.9%를 최고점으로 2003년 66.9%, 2005년 63.6% 등 계속해서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굳이 형사고소를 하는 이유는 뭘까.

첫 번째 이유는 '정보수집'이다. 수사기관은 형사고소를 접수하면 수사를 시작하는데 기소가 되지 않더라도 고소인은 수사기관이 수사한 내용을 받아 민사재판에서 사용하려 한다는 것. 노명선 교수는 "개인이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검찰이 수사한 내용을 받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검의 한 관계자도 "국가 공권력을 마치 자기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심부름센터처럼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는 '심리적 압박'이다. 형사고소를 하면 수사기관이 피고소인을 조사하기 때문에 피고소인이 심리적으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충북대 법대 박창우 교수는 "심리적 압박을 느낀 피고소인은 상대적으로 쉽게 합의금을 준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감정적 보복, 화풀이의 수단으로 고소제도를 악용하거나 계약 당사자들이 계약서류 등을 제대로 만들지 않는 관행도 불필요한 고소가 증가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형사고소에도 비용 지불하게 하는 등 대책 세워야

매해 고소·고발 사건이 늘자 검찰은 2007년 형사조정제도를 도입했다. 형사조정은 형사사건에서 피해자와 피의자가 정식 재판 이전에 민간 조정위원회에서 화해하는 제도다. 형사조정은 2007년 7692건, 2008년 1만1496건, 2009년 1만6201건으로 계속해서 늘고 있고 조정 성립률도 50% 이상이다. 형사조정위원을 지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노수환 교수는 "조정의뢰인 상당수가 결과에 만족했고, 검사들의 업무량을 줄이는 효과도 봤다"고 말했다.

검찰은 올해 2월부터는 악성 고소·고발을 걸러내는 '고소사건 전담검사'제도를 시작했다. 경험이 많은 각 지검의 공판부장검사 14명이 불필요한 고소·고발이라고 판단되면 곧바로 각하하거나 불기소처분해 사건을 종결한다.

전문가들은 이외에도 고소·고발수리보류제도, 플리바게닝제도, 수입인지를 붙이는 방안 등을 제시한다. 고소·고발수리보류제도란 가벼운 재산범죄일 경우 피고소·고발인에게 사건접수 사실을 알려주고 일정기간 유예 시간을 줘서 서로 해결하도록 하는 제도다. 독일에서는 이와 비슷한 '경미사건소추보류제도'를 활용 중이다.

유죄협상제(有罪協商制)라고 불리는 '플리바게닝'도 한 방법이다. 플리바게닝은 피의자가 혐의를 인정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가벼운 범죄로 기소하거나 형량을 낮춰주는 제도다. 박창우 교수는 "형사고소의 대부분인 재산범죄는 피해보상을 목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제도 도입도 고려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민사소송의 경우 비용(수입인지)이 들지만, 형사고소에는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도 고소를 부추기는 요인 중의 하나. 노명선 교수는 "민사나 형사나 고소인에게 (배상 등의) 수익이 돌아가는 건 마찬가지인데 민사소송과 형사고소를 구분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고소고발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 화순에서도 반드시 새겨 들어야 하는 내용이 아닐까요 ?

감사합니다.글=서형규 출처/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