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석 칼럼>冬至와 크리스마스 선물
입력시간 : 2010. 12.29. 00:00확대축소


1777년 태평양서 크리스마스섬을 발견했다고 알려지면서 기독교인을 놀라게 했다. 한데, 매년 한해가 저물 때면 동지와 크리스마스가 어김없이 찾아온다. 고대인들은 태양의 생일은 대부분 동지라고 여겼다. 그때부터 낮의 길이가 길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위축됐던 태양이 다시 기지개를 켜면서 활기를 찾고, 조만간 봄이 온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서 고대인들은 동지때 태양신을 섬기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고대 페르시아의 태양신 '미트라'다. 이들은 조로아스터교와 이슬람교가 번성하기 훨씬 전부터 동지인 12월 25일을 미트라 탄생일로 여겨 각종 축제를 벌였다. 이 전통이 로마로 건너가면서 미트라 숭배 풍토는 더욱 확산됐다. 특히 로마군대는 미트라를 태양의 신이자 전쟁의 신으로 하늘처럼 받들었다. 군인 황제로 유명한 루키우스아우렐리아누스는 서기 274년 태양신 미트라의 탄생일을 국경일로 선포했다.

예수의 미사(Christ's Mass)라는 뜻의 크리스마스도 태양신 기원설이 유력하다.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기독교로 개종하고 교황 리베리우스가 서기 354년 태양신의 축일을 예수 탄생일로 선포하면서 12월 25일이 크리스마스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4세기 이전에는 1월 6일을 예수탄생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기독교인들이 태양신 숭배 풍습을 버리지 못하자 태양신의 축일을 예수 탄생일로 선포해 전통 종교의식을 흡수해 버렸다는 얘기다. 또 평생 어려운 이웃들을 돌봤던 4세기 성(세인트) 니콜라스의 이름이 후세에 전해지면서 산타클로스로 바뀌었고, 전나무에 빵을 매달던 독일 서부의 전통이 영국으로 넘어가면서 크리스마스 트리로 변했다.

크리스마스 풍속은 역사 속에서 하나씩 덧붙여지고 만들어져 온 것이다. 22일이 동지였고 25일이면 크리스마스다. 겉으론 전혀 다른 의식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원을 알고보면 크리스마스는 종교와 문화의 옷을 걸친 동지의 또다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젠 이런 크리스마스 퐁속이 나라마다 다양하다. 미국과 영국은 가족끼리 카드와 선물을 주고받고 가족끼리 요리를 즐기며, 외출은 교회에 갈때 정도다. 미국서는 인사법도 달라졌다. 크리스찬이 아닌 사람에겐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해피할러데이'라 인사하고 공공의 장소엔 종교적 중립을 위해 트리를 세우지 않는다. 카톨릭권에서는 12월 25일부터 새해 1월 6일까지가 크리스마스 기간. 크리스마스 장식은 23일께부터 시작하고 1월 6일 이후 철거하는데 아이들의 선물도 이날 준다.

이탈리아에서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 베파나라는 마녀다. 베파나는 길을 묻는 동방박사들에게 제대로 길을 가르쳐 주지 않았던 노파다. 그후 잘못을 뉘우치고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줬다고 전한다. 검은 뿔 모자를 쓴 베파나는 하늘을 나는 빗자루를 한손에 들고 한밤중에 하늘에 떠서 노란 초승달을 타고앉아 어떤 아이에게 선물을 줄까 굽어본다던가. 그리고 착한 아이들에게는 선물을 양말에 넣어주고, 나쁜 아이들에게는 숯을 갖다준다고 한다. 이탈리아인들은 이 양말 속에 숯모양으로 생긴 새까만 쿠키를 넣어주는 일이 있다. 아이들이 깜짝 놀라지만 맛이 있다고 한다. 스위스와 프랑스, 독일과 네덜란드 일부 지역에서도 아이들이 선물을 받는날은 크리스마스 때가 아니라 니콜라우스의 날인 12월 6일이다. 선물은 전날 밤 양말 속에 넣는데, 선물 주머니로 양말이 이용되는 것은 아이들이 잠이 들었다는 표시로 나막신을 나란히 놓던 네덜란드의 풍습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잉글랜드에서는 크리스마스 다음 날이 복싱데이로 돼 있다. 이 복싱은 '상자'를 뜻하는 '복스'에서 온말. 옛날 상인과 공무원들이 작은 도기상자를 가지고 다니며 팁을 모으는 습관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열어보는 것도 이날이다. 러시아의 아이들도 산타 아닌 바부슈카라는 할머니가 선물을 갖다준다고 믿고 있다. 바부슈카는 러시아 판 베파나다. 산타도 좋고 바부슈카도 좋다. 꿈 속에서 '하늘의 택배'를 기다리는 아이들은 이때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

고운석 <시인. 무진주문화마당 회장>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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