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로마제국은 멸망했다. 이 지구상에서 영원한 강자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영원한 약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강력한 나라였으나, 1세기만에 노쇠한 국가로 전락되었다. 박지원(朴趾源)의 열하일기(熱河日記)에 보면 중국의 여러 가지를 보고 놀란 점이 많았다. 그 중에 특이한 것은 ‘중국 변소’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기행문에 ‘그림처럼 아름다웠다’고 찬미했는데, 압록강을 건너자마자 중국의 화려하고 번화한 도시 모습에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청나라의 당시 변소가 아무리 깨끗했다고 하더라도 그림처럼 아름다웠을 가능성은 없었을 것이다. 다만 조선의 변소보다는 훨씬 깨끗하고 청결했을 것이다. 우리도 어렸을 때 변소(便所)는 상당히 불결하였을 뿐만 아니라, 커다란 통에 판자나 서까래 2개정도 걸쳐놓은 것이 일반적이었다. 1980년대 들어서면서 화장실이란 이름으로 깨끗해지기 시작하여 1990년대 들어 고속도로 휴게소가 제일 먼저 깨끗해지기 시작했다. 90년대 한국인들이 중국의 화장실을 보고 깜짝 놀랬으며, 중국인들도 한국의 화장실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중국의 화장실은 너무 더럽고 코끝을 찌르는 악취 때문에 놀랬으며, 중국인들은 악취 대신 향기가 솔솔 풍기고 감미로운 음악까지 흘러나오는 깨끗한 화장실을 보고 찬탄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변소(便所)나 측간(厠間)에서 화장실(化粧室)로 바뀌었으며, 중국에서는 측소(厠所), 위생간(衛生間)에서 대만이나 홍콩에서 사용한 세수간(洗手間)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20년 지난 지금 중국인들은 한국의 화장실에 감탄하지 않는다. 북경(北京)이나 상해(上海) 등 대도시에 사는 중국인이라면 한국과 비슷한 화장실이 중국에도 이제 널려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개혁개방 당시 224달러였던 1인당 GDP도 지금은 4000달러를 훌쩍 넘어섰으며, 북경이나 상해는 이미 1만 달러가 넘은 지 오래 되었다. 1992년 수교 당시 한국의 1.4배였던 중국의 GDP는 2009년 한국의 6배로 늘었다. 최근 중국의 국부(國富)는 2년마다 한국의 전체 GDP만큼씩 늘어난다. 나는 20여년간 중국을 샅샅이 돌아보았다. 미처 한국인들은 중국의 엄청나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중국은 몸집이 부쩍 커져 용트림을 하고 있다. 특히 천안함 사건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중국이 보여준 '북한 감싸기'는 중국에 호의적인 한국인마저 실망시켰다. 이에 따라 한중 양국 관계가 냉랭해진 것은 물론이고, 한국인이 중국에 느끼는 호감도가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중국의 부상은 애써 외면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다. 중국의 부상을 한국이 견제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중국의 부상과 우리의 호불호(好不好)는 별개의 문제다. 중국은 경제력에서 이미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꼽히는 강대국이다. 군사력이나 소프트파워에서는 아직 미국에 뒤쳐지지만 아시아에서는 단연 1위다. 주변국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이 점차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중국의 완력에 굴복해 굴욕 외교를 펼치자는 건 절대 아니다. 달라진 국제환경을 직시하고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 유연한 사고를 하자는 것이다. 한미동맹만으로 민족의 생존과 국가의 장래를 담보할 수 있었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한미동맹과 한중 협력은 서로 배타적인 게 아니다. 양립하고 공생할 수 있는 관계다. 앞으로 미중 양국의 핵심 이익이 상충할 때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옛날에는 미소(美蘇)가 세계를 끌고 갔지만, 지금은 미중(美中)이 끌고 간다. 이번 오바마와 호금도(胡錦濤)가 만나는 것도 그런 이치이다. 이제 중국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이 많이 나와야 할 때라고 본다. 姜元求 <한중문화교류회장. 호남대 초빙교수.>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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