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석 칼럼>MB정부와 야당에 주는 교훈
입력시간 : 2011. 02.28. 00:00확대축소


전쟁은 침략으로 큰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계산과 승리가 초기에 달성될 수 있는 생각으로 일어난다. 정치판 전쟁도 비슷하다. 주로 당리당략에 따라 행해진다. 한데 중국 "탕황(湯王)이 갈(葛)나라로부터 시작하여 모두 11개국을 정벌하였다.

천하에 대적할 이가 없었으니 동쪽으로 향하여 정벌하면 서쪽의 오랑캐가 원망하며 남쪽을 향하여 정벌하면 북쪽의 오랑캐가 원망하여 말하기를 '어찌하여 우리나라를 나중에야 정벌하시려는가'하여 백성들이 탕왕의 정벌 바라기를 큰 가뭄에 비를 바라듯 하였다.

또한 시장에 돌아가는자들은 발길을 멈추지 않았으며 김매는 자들도 동요하지 않았다. 탕왕이 자기나라 군주를 주벌하고 백성을 위문하자 단비가 내린듯이 백성들이 크게 기뻐하였다. '맹자' 등문공장구하에도 나온다. 한데 백성이 등돌린 선조에게 1592년 4월 29일 저녁, 신립(申砬)장군의 패전 소식이 전해졌을때 서울 도성은 순간 공황상태에 빠졌다.

이제 충주에서 서울로 오는 길목에는 일본군을 막아낼 아무런 방어막이 없었다. 대궐을 지키는 군사들은 달아나고 시작을 알려주는 물시계는 작동하지 않았다.

30일 새벽, 선조(1552~1608)는 궁궐을 나서 북으로 향했다. 호의병이 100명도 되지않는 초라한 형렬이었다. 일부 장수들은 달아나면서 "이 적은 하늘로부터 내려온 것이 아니라 사람이 빚어낸 것이다"라고 말했는가 하면, 도망치는 병사들 중에는 "임금(일본군을 비유한 말)이 왔으니 이제는 살아났구나. 기꺼이 적군을 맞이해야지"라고 떠드는 자도 있었다. 민심도 그만큼 돌아서고 있었다.

선조 일행은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종일 걸었다. 저녁 7시쯤 파주 동파역에 도착했다. 파주목사 허진(許晋)이 선조를 위해 식사를 준비해 기다렸다. 하지만 시장한 사람들은 선조만이 아니었다.

호위병들이 부엌으로 달려들어 준비한 음식을 전부 먹어치웠다. 선조에게 바칠 음식이 없어지자 허진은 처벌받을까 겁을 먹고 달아나 버린다. 5월 2일, 개성에서 한숨을 돌린 선조는 부로(父老)들을 불러모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민원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사람들은 왕자들 집안에서 사사로이 살림과 갈대밭을 차지하고 백성들이 이용하는 것을 막고 있다고 호소했다. 선조가 처음으로 백성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이었다.

5월 14일, 평양에서는 이현(李俔)이 작심하고 선조에게 쓴소리를 했다. '사치스러운 토목공사, 여러왕자와 외척 집안의 침탈행위, 외교실책, 공평하지 못한 상과 벌, 막혀버린 가혹한 부세 징수' 등을 선조의 실책으로 거론했다. 그러면서 선조가 총애하는 인빈(仁嬪)의 오라비 김공량(金公亮)의 목을 처야한다고 촉구했다.

무엇보다 왕실 측근들을 단속하지 못한것이 민심이 떠나게 된 원인이라는 진단이었다. 6월 22일, 선조는 의주에 도착했다. 오는도중 숙천에서는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진다. 누군가가 관아 담벼락에 '국왕 일행이 강계로 가지않고 의주로 간다'고 낙서를 했던것이다.

선조의 행방을 일본군에 알려주기 위해 고의로 그런것이었다. 파천하는 50여 일동안 선조는 민심이 자신에게 적대적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바로 그때 남방에서는 이순신과 의병들의 인기가 치솟고 있었다. 이는 이명박 정부와 민주당은 교훈삼아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 강행으로 민의가 양분되고, 높은 물가고로 서민들의 삶이 힘들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야당인 민주당은 지난 6·2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이슈로 재미를 보더니, 다시 '무상 시리즈' 복지공약을 마련하고 있음이 마찬가지다. 이젠 국민이 공짜는 쥐약이란 것을 알고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세금을 더 낼것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기 때문. "재원 확보를 말하지 않고 복지확대만 하겠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는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의 발언이 차라리 솔직해 보인다. 수준높은 국민 정서를 볼 때 꼼수정치는 앞으론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운석<시인. 무진주문화마당 회장>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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