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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4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일정을 비운 채 6일쯤 있을 첫 단독회담 ‘구상’을 했다고 한다. 대신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과 유승민 한나라당 대표 비서실장이 기자들을 만나 단독회담에 임하는 양측의 준비상황을 전했다. 이비서실장은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의제를 비율을 정해 할 수는 없지만 모처럼 마련된 회동이니 꼭 정치만 아니라 국정 전반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갖자는 게 대통령의 뜻”이라며 “노대통령은 이 부분(경제·민생 등)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담에서 ‘다름’보다는 ‘같음’을 찾겠다는 의미다. 대통령의 제1 과제 역시 경제·민생이란 점을 강조, 박대표의 협조를 구하겠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대연정’으로만 무게가 쏠릴 경우 박대표의 운신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대연정론’ 역시 완곡하게 “(지역구도 타파라는) 목표는 같지만 접근 방법이 다르다”(이비서실장)면서 공통분모를 모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때문에 대연정 등 정치가 아닌 경제·사회 의제에서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대표는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았으나 실은 바쁜 하루를 보냈다. 나름대로 단독회담의 ‘예습’을 했다는 전언이다. 이를 위해 여러 사람들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독회담의 의제와 시기 등을 논의하기 위해 5일 의원총회에서 할 얘기도 정리했다는 후문이다. 전여옥 대변인은 “요사이 박대표에게 전화를 걸어와 ‘대통령을 만나거든 이런 저런 얘기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분이 많았다”며 “박대표가 최근 민생현장을 다니며 듣고 본 것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대표는 5일 중소기업인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 노대통령에게 전달할 방침이다. 유승민 비서실장은 “경제와 관련해 대통령과 한나라당간 인식의 차이가 있다”며 “이 간극을 좁히는 회담이 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은 노대통령과 박대표 두 사람 모두에게 ‘기회이자 위기’다. 회담 결과에 따라 향후 정국 기상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노대통령의 경우 ‘윈·윈 게임’이 되면 임기 후반기 정국을 주도하며 ‘레임 덕’을 늦추는 부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박대표도 예비 대권주자의 기반을 다지는 동시에 ‘리더십’에 대한 당 안팎의 의구심을 잠재울 수도 있다.

반면 단독회담이 성과없이 끝날 경우 그 후폭풍은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노대통령으로선 집권 후반기 구상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박대표 역시 안팎의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 그만큼 정국은 큰 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이병완 비서실장은 “상생, 대화, 타협, 통합의 정치로 가는 모티브를 실질적으로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생각이 너무 깊고 절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