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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이 없어 자살을 선택한 대학생들, 남의 일이 아니었다. 돌아보면 어떻게 대학 4년을 버텼는지 아득하다. 공부하는 시간보다 돈을 버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취업을 위한 자기 계발은 엄두도 못 냈고, 오직 돈을 벌어 등록금을 낼 생각 뿐이었다. 고민 끝에 거기 섰다.

지난 4월 28일 ‘학벌없는사회 광주모임’이 마련한 ‘고액등록금 피해사례 증언’의 자리였다. 전남대 사학과 4학년 황선화(24) 씨, 묵묵히 자신이 감당했던 고통이 어느 순간 가난한 형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잘못된 제도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은 OECD국가 평균보다 대학 등록금이 3배나 더 비싸다.

　그는 대학에서 합격통지서를 받은 그날부터 돈을 벌지 않은 적이 없다. 아버지는 부재했고, 택시 운전을 하며 생활을 잇는 신용불량자 어머니와 단 둘이 살았다. 집에 빚이 많았다. 스스로 벌지 않으면 대학은 도저히 꿈도 꿔보지 못할 형편이었다. 학기 중이건 방학이건 그의 생활은 오직 아르바이트(이하 ‘알바’)에 맞춰져 있었다.

　“대학생할 4년 동안 한 달 이상 알바를 쉬어본 적이 없어요. 학교에 나오는 평일에는 하루 5시간, 주말에는 12시간 알바를 해요. 1학년 때는 최저임금이나 노동조건 같은 것을 몰랐기 때문에 시급 2300원 받고 일했어요. 죽어라 일해도 한 달에 60만 원 벌기도 어려웠어요.”

　국립대라 싼 편이지만 그의 한 학기 등록금은 평균 180만 원, 책값이며 사학과의 특성상 자주 다니는 답사비도 만만한 게 아니었다. 하루에 버스 두 번만 이용해도 교통비로 6만 원이 들었고, 밥값도 10만 원에 가까웠다. 등록금을 맞추기 위해서는 한 달에 꼬박꼬박 30만 원을 모아야 하는데 알바 벌이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고민의 순간이 왔다. 학자금 대출을 받고 신용불량자가 되느냐, 짧은 시간에 고수익을 얻는 불법 알바를 하느냐. “집에 이미 빚이 쌓여 있어 학자금 대출이 어려웠어요. 사실 학교에 노래방 도우미나 유흥업소에 나가는 친구들이 적지 않아요. 거기 가면 조금만 일하고도 편의점이나 식당 서빙보다 3배나 많은 돈을 벌 수 있어요. 고민이 안 될 수가 없죠. 근데 이제 겨우 대학교 1학년인데 그런 고민을 하는 제 현실이 너무 서글펐어요. 너무 비참해서 접었어요. 차라리 학교를 그만두는 게 낫겠다 싶었죠.”

　1학년 2학기 때 택시운전을 하던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젠 학비와 함께 생활비도 책임져야 했다. 방학이면 거의 초인적인 알바가 시작됐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레스토랑 서빙,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 식당 서빙, 밤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는 바에서 일했다. 그렇게 3곳의 알바를 뛰고 버는 돈은 150만 원 정도였다.

　등록금을 벌기 위한 알바에 지쳐 학교를 휴학한 적도 있다. 알바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었다. 그러나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그는 다시 알바를 하며 등록금을 벌고 있었다. 등록금이 그의 모든 생활을 지배했다. 이제 4학년, 휴학 1년의 시간을 더하면 5년 째 학교를 다니고 있다. 그러나 그는 올해가 다 지나가도 졸업을 하지 못한다. 알바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겨 학점을 제대로 이수하지 못한 탓이다.

　“내년 1년을 꼬박 더 다녀야 졸업 학점을 채울 수 있어요. 등록금 벌기 위해 알바를 하고, 알바 하느라 학점을 못 따 학교를 남들보다 1년 더 다녀야 하는 현실이 너무 웃겨요. 1년치 등록금을 또 벌어야 하는 거죠. 20대는 꿈을 실현시키는 길로 나아갈 때인데, 단지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 돈을 버는 내 모습이 너무 아파요. 그런데 이 게 대다수 학생들의 모습이에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지 않나요?”

출처/광주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