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구 칼럼> 점술가(占術家)의 거리
입력시간 : 2011. 11.19. 00:00확대축소


돌고개에서 월산동 파출소 앞까지 점술가들이 무려 70여 군데나 된다. 이곳을 정리하여 점술가의 거리로 명명하고 새롭게 단장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서울 압구정동의 로데오거리에 점술가의 거리가 있다.

골목골목 들어찬 차량, 음식점, 고급 옷가게들이 줄지어 서있는 최첨단 유행의 거리에 점술가의 거리로 변하고 있다. 세련된 인테리어로 손님을 끄는 사주카페, 구슬점 등 신세대들의 감각에 맞는 밝고 환한 분위기로 성업중이다.

로데오 거리가 점술가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1999년 무렵부터 젊은 역술인들이 운영하는 신세대 취향의 점술가들이 들어서면서부터다. 이곳에서는 ‘실업자가 되지는 않을까, 어떤 직장을 구할 수 있을까’ 하는 문의가 아니라 불황기인 요즘에도 ‘투자를 늘려야 할 것인가,

직장을 외국에서 구할 것인가 국내에서 구할까, 불황기 재테크는 어떻게 해야 한가’ 등등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한다. 역술가(易術家)는 어떤 방식으로 제자를 양성하는가. 인간의 운명을 예측하는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신기(神氣)를 가지고 나온 사람이다. 신기는 유전이다. 신기가 있는 사람은 후천적으로 별도 훈련을 받을 필요가 없으며, 사람을 보는 순간에 안다. 다른 한 부류는 후천적으로 역술에 필요한 방대한 이론을 섭렵하고, 수많은 실전경험을 겪으면서 노하우를 터득하는 경우이다.

우선 이론 수업은 1년 정도 걸린다. 1년 동안 제자는 여러 명 받지 않고 오직 1명만 받는다. 수업은 1주일에 1회이고, 1회당 시간은 2시간 반 정도이다. 철저하게 맨투맨 교육인 것이다. 1년 정도 이론 수업이 끝나면 제자로 하여금 무조건 간판을 걸고 개업을 하라고 권한다.

실전 체험이야말로 최고의 교육이기 때문이다. 개업을 하여 고객들을 상대하면서 진땀을 흘리고 엉터리라고 망신을 당하면서 내공이 증진된다. 산 속에서 혼자 10년 공부하는 것보다, 개업해서 1년 손님 받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 교육철학이다.

제자가 개업을 하여 3~4년 하다가 한계를 느끼면 다시 선생에게 찾아와 3~4개월 정도 역술비법을 전수 받는 경우가 많다. 점술가는 인생에서 어느 길로 가야할지 갈피를 못 잡을 때 도움이 된다. 점술은 오래 전부터 인생에서 선택의 문제로 고민할 때 좋은 길을 안내해 주는 이정표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하다.

최근에는 점술 열풍도 일고 있어 점술사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점술가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갈등으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에게 좋은 길을 제시해 주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미래를 예측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고민거리에 귀를 기울여 주기도하며,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상담자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완전히 무시해서도 안 될 것이다.

역학, 손금, 관상, 점성술, 성명학, 사주 등등 같은 점술이라 하더라도 분야는 다양하다. 또한 자신만의 기발한 방법으로 점을 치는 사람도 많다. 어떤 방법으로 점을 치던 간에 점술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에게 최선의 조언을 해주기 위해서는 많이 공부해야하고, 많은 사람들과 만나면서 사람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직업이기 때문에 사람을 좋아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 수 있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직업이다. 인간적인 매력이나 존재감, 성실함도 필요하다. 보통 점술가 하면 신비한 이미지가 있어서 이것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극히 일부의 이야기고 신비한 분위기보다 누구나 쉽게 이야기를 터 놓을 수 있도록 친근한 인상을 풍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선거철에는 점술가를 찾는 출마 예상자들이 줄을 잇는다. 유명한 점술가들에 따르면 선거에 출마할 경우 당락여부를 물어오는 후보자나 측근 및 가족이 많다는 것이다. 점술가들은 ‘점괘를 알려줄 경우 당시에는 다소 진지한 듯 듣지만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실제 돌아가면 점괘에 별 상관없이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점술가가 많은 거리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보다는 거리를 아름답게 꾸며 주고 광주의 명소로 만들 필요가 있을 것이다.

姜元求 <한중문화교류회장. 호남대 초빙교수>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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