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쓸이만은 막아주십시오! "
열린우리당 대국민 호소문
입력시간 : 2006. 05.25. 19:57확대축소


25일 우리당은 비상회의를 가지고 국회의원과 당직자 일동은 대국민호소문을 발표, 재차 통렬한 반성과 자중자애할 것임을 다시한번 각오하고 국민여러분의 올바른 선택을 하길 호소하였다. 그 내용의 전문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오늘 저희 열린 우리당은 국민여러분께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용서를 구하고 눈물로써 간절히 호소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를 시작으로 시작된 대국민 호소문은 "저희 열린우리당은 창당 이래 가장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동안 양극화 해소와 정치개혁 완수를 위하여 나름대로 열심히 뛰어왔습니다. 그러나 국민여러분의 마음을 얻기에는 너무나도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통렬하게 반성합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최근 온 국민에게 분노와 충격을 안겨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 대한 피습사건은 민주주의의 성숙을 가로막는 야만적 폭력입니다. 박 대표는 물론 저희 열린우리당에게도 더없이 불행한 일입니다. 저희 열린우리당으로서는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단이 있어야 합니다. 이 땅에서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5.31 전국동시지방선거가 6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1,995명의 우리당 후보들이 거리에서, 광장에서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벌써부터 선거 해보나 마나 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열린우리당은 그동안 지방자치의 투명화와 방향전환이 필요함을 역설해왔습니다. 공천비리와 매관매직, 그리고 이와 맞물린 단체장, 지방의원, 토호세력의 부패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를 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혈세 낭비와 비리의 온상이었던 불필요한 토목사업의 비중을 줄이고, 주민들에게 시급한 교육, 보육, 복지, 일자리 창출에 보다 많은 예산을 돌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방자치의 견제와 균형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방권력의 균점을 반드시 이뤄야 합니다.

이것은 어느 정당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방자치의 앞날이 걸린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대로 가면 지방권력 균형은커녕 전보다도 더 심한 독점체제가 굳어질 것 같습니다. 지방자치 싹쓸이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썩게 하고 민주헌정질서의 와해를 가져올 우려가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에서도 국민여러분은 여야 각각 152대 147의 균형을 맞춰주셨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246개 광역, 기초 단체장 자리 가운데 열린우리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은 20여 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사실상 한나라당이 싹쓸이 할 전망입니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가 마비될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우리사회가 지난 반세기동안 생명을 걸고 지켜온 민주정치체제가 벼랑 끝에 몰려있습니다.

저희 열린우리당은 한두 가지의 악재로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을 돌리지 않겠습니다. 성난 민심의 파고가 얼마나 높고 무서운지 깨닫고 있습니다. 일찍이 평화민주세력에 대해서 국민여론이 이처럼 차가운 적이 없었다는 것 또안 잘 알고 있습니다. 모두가 못난 저희 열린우리당의 잘못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국민여러분께서 주시는 어떠한 매도 달게 받겠습니다.

매를 맞는 저희도 아프지만, 매를 드신 국민여러분의 마음은 그보다 몇 곱절 아프실 것입니다. 저희가 지금 받고 있는 이 고통은 국민여러분께서 겪으셨을 마음고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입니다. 저희 열린우리당에 대한 기대와 애정이 컸던 만큼 실망과 서운함도 크실 것입니다.

▶하지만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엎드려 호소합니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며칠만이라도 매를 거두어주십시오. 열린우리당이 못났더라도 지방자치를 살려주십시오. 열린우리당이 모자란다고 검증된 일꾼들을 외면하지는 말아주십시오. 한나라당의 싹쓸이만큼은 막아주십시오. 열린우리당에 대한 노여움을 잠시 뒤로 미루시고 한 번만 더 지방권력의 균점을 생각해 주십시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지방선거 이후, 아니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 열린우리당은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겠습니다. 백지상태로 되돌아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경제를 최우선순위에 놓고, 대통합과 포용의 정치를 가동하겠습니다. 저희의 아집을 버리지 않으면 국민여러분께서 우리를 버리신다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고 자중자애하겠습니다.

국민여러분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자라나는 자녀들을 위해, 또 사랑하는 내 고장의 밝은 미래를 위해 무엇이 올바른 선택인가를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당 국회의원·당직자 일동

이에대한 야 4당의 반응이다.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선거가 사실상 끝났다고 판단한 우리당이 읍소. 반성전략으로 배수진을 친 모양" 이라면서 "그러나 국민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너무 늦었다. 이런 태도는 오히려 우리당을 더 왜소하게 만들 뿐"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도 구두논평을 통해 "국민의 마음이 한 순간의 읍소와 눈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면서 "여당의 반성은 `말로만 반성'이며, 눈물 몇방울의 반성으로 누적된 불신을 씻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 유종필(柳鍾珌)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당의 대국민 호소문 발표는 그야말로 대국민 사기극 이자 아무 감동도 없는 신파극"이라면서 "평소에 공부를 안 하던 학생이 시험 전날 공부한다고 해서 점수 나오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꼬집었다. 또 "운다고 옛사랑이 오리오만은' 이라는 노래도 있듯 우리당이 울어봤자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면서 "우리당 창당이라는 모험적 정치실험은 끝났다. 분열의 산물인 우리당 해체 선언부터 하는 것이 모든 위기 극복의 시작이며, 삼풍 아파트가 붕괴되듯 우리당이 완전히 붕괴돼야 민주개혁세력의 재건이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박 대변인도 논평에서 "우리당의 패배는 개혁세력의 패배가 아니라 개혁 배신세력의 패배로, 민주당과의 연대를 운운하며 지역주의 정치 부활을 예고한 우리당이 한나라당의 싹쓸이 방지를 호소할 자격은 없다"면서 "우리당의 오늘 호소는 사실상의 선거 패배 선언이며, 졸렬한 구걸 정치"라고 지적했다.

▶국민중심당 정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우리당이 국민 마음에 들게 잘했으면 왜 외면을 당하겠느냐. 자업자득이란 점을 먼저 반성해야지 읍소형으로 표를 구걸하는 것은 전근대적 방식"이라면서 "끝까지 정정당당하게 선거운동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른 자세"라고 말했다.

파인뉴스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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