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칼럼>알고리즘의 교육 철학
입력시간 : 2013. 05.08. 00:00확대축소


뉴턴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의 일이다. 하루는 선생님이 칠판에 세 문제를 제시한 후, 학생들에게 풀게 하였다.

학생들은 칠판에 적힌 8-2, 6-4, 9-5의 문제를 열심히 풀고 있는데 뉴턴은 이미 그것을 다 풀었는지 싱글벙글 웃고 있다.

선생님은 문제를 빨리 푼 뉴턴이 대견스러워서인지 반가운 표정을 하며 뉴턴의 공책을 집어들었다. 그러나 선생님의 눈에는 이내 실망의 표정이 뚜렷하게 그려진다.

8-2 = 8, 6-4 = 6, 9-5 = 9

하지만 선생님은 일그러진 얼굴 표정을 다시 온화하게 바꾼 후 뉴턴이 왜 문제를 이렇게 해결하였는지 물었다.

“8에서 2를 빼 버렸으니까 8만 남지요. 그리고 6에서도 4를 지워버렸으니 6만 남잖아요. 마찬가지로 9에서도 5를 빼 버리니까 9만 남게 되니까 9입니다.”

만약 이러한 현상이 우리 나라의 교실에서 재현된다면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야, 뉴턴 정말 너는 어떻게 할 수가 없구나. 어제 분명히 뺄셈의 방법을 가르쳐 주었잖아! 이렇게 간단한 문제도 풀지 못하고 어떻게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있겠니? 인생이 불쌍하구나.”

선생님의 이러한 질타와 함께 주변의 학생들도 일제히 비웃을 것이다.

우리 나라의 교육은 알고리즘을 무작정 강요한다. 그러나 뉴턴의 선생님은 법칙이나 원리 생성을 위한 개인의 사고를 충분히 반영하게 하여 그것에 대한 모순을 스스로 찾게 하는 알고리즘을 발견하는 교육을 하였다. 이러한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양상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만약 뉴턴이 우리 나라에서 교육을 받았더라면 영원한 재수생이 될 것이라는 농담이 사실로 나타날 것이다. 반면에 우리에게 바보라고 놀림을 당했을 우리의 친구들이 뉴턴의 선생님에게 교육을 받았더라면 그 중 한 명은 노벨상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알고리즘이라는 말은 원래는 인도에서 아랍을 거쳐 유럽에 보급된 필산(筆算)을 뜻하며, 아랍의 수학자인 알콰리즈미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수학 용어로서 알고리즘은 ‘잘 정의되고 명백한 규칙들의 집합’ 또는 ‘유한 번의 단계 내에서 문제를 풀기 위한 과정’이다.

과거 우리의 교육은 정답을 추구하는 교육이었으며 정답을 찾기 위해 공식을 먼저 외우는 교육이었다.

경음화 원리를 먼저 배우고 그것에 해당하는 낱말을 찾았으며, 수요와 공급의 상관 관계를 먼저 공식화하여 배우고 사회의 현상에 대비해 보았다. 또한 방정식의 해결 방법을 먼저 배운 후, 문제 상황을 제시 받고 방정식을 해결하는 것이 우리의 교육에서 찾을 수 있는 일반적인 교육의 모습이었다. 반면에 뉴턴이 자랐던 그 세계에서는 이와는 대조적인 양상으로 교육이 전개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교육이 알고리즘에 의한 연역적인 교육 방법이 주가 되었다면 서양의 그것은 알고리즘을 발견하기 위한 귀납적이며 경험적인 교육이 주를 이루었다. 물론 우리의 선조들이 배운 논어, 대학, 중용, 맹자 등을 일일이 귀납적인 방법을 통해 학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마도 경험적인 사실을 통한 귀납적인 방법으로 이것을 학습하였더라면 늙어 죽을 때까지 주역 한 권도 제대로 학습할 수 없었을 것이다.

교육에 있어서 알고리즘의 형성은 매우 중요하다. 정확한 알고리즘의 형성은 유사한 문제를 쉽고 정확하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 교육에 있어서 알고리즘 형성을 위한 방법적인 면은 수정되어야 한다. 보다 여유 있게 학생의 사고를 존중하며, 다양한 사례를 접하게 하고 그에 따른 알고리즘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교사는 이미 자신이 알고 있는 알고리즘을 학생이나 자식에게 그대로 강요하기보다는 그들이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알고리즘을 형성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고 안내해 주어야 한다.

/이정재 <광주교육대학교 前 총장 >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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