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지식인이 마주 앉아 서로의 역사를 입에 담으면 알게 모르게 얼굴을 붉힐 때가 있게 마련이다. 그 원인은 일본제국의 조선침략, 종군위안부 문제, 역사 교과서 왜곡등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 일본 정부의 총리대신이 아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느냐, 마느냐도 예외없이 포함된다.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과 독도를 넘보는 야욕을 규탄하는 한국의 열기가 하늘을 찔렀던 지난 해에도 철면피한 아베신조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참배함으로써 한국과 중국은 물론 서구의 여론까지 들끓게 하는 등 세계적인 반감을 불러 일으켰다. 지금도 진행중이지만, 문제의 ‘야스쿠니 신사’ 는 대체 뭘 하는 곳이기에 그리도 말이 많은가, 1869년, 명치유신(明治維新)에 성공한 일본의 유신정부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른바 전몰자의 영혼을 위로한다는 구실로 도쿄 쇼콘샤를 설립한다는 왕명을 내린다. 그리고 10년뒤인 1879년 그 이름을 ‘야스쿠니신사’로 개칭하면서 이른바 일본 신도 (日本神道)의 성지가 되었다. ’야스쿠니 신사’ 에는 러· 일 전쟁, 청·일 전쟁, 제 2차 세계대전 등에서 목숨을 잃은 군인들의 위패 246만 6000여 주가 봉안되어 있으나,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소위 전범자의 패를 합사(合祀)하면서 부터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쟁범죄자를 가려내기 위한 동경재판에서 A급 전범으로 단죄되었떤 도조히데키 전 총리 등 14명의 위패가 1978년에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됨으로써 총리나 각료의 참배가 관심사로 떠오르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일본국 총리대신 이나 각료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은 결국 전쟁범죄자를 찬양 하면서 군국주의 일본을 다시 일으키고자 하는 저의를 의심받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한 아베 신조 총리의 괴변이나 각료의 괴변은 주변 국가를 더욱 아연하게 한다. 그는 “A급 전범도 사형이라는 형벌을 이미 받았는데, 그들이 왜 다른 전몰자와 구별이 되어야 하는가!” 라고 향변한다. 여기에 대해 한국의 체지로는 정말 할말이 많다. ‘야스쿠니 신사’ 에는 조선인 전사자의 위패가 무려 2만 1181주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처지로는 강제로 징집되었거나 징용으로 끌려가서 죽은 조선인 청년들의 위패가 어떻게 일본임금을 위해 죽은 일본인들과 함께 있어야 되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이들의 위패를 돌려주기를 요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데도, 이같은 우리의 요구에 대해 일본측의 변명은 궁색하기 그지 없다. 전사 시점에서 보면 일본인 이었으므로 그 영혼을 가리는 것은 일본의 권리며, 신도의 교의상 일단’가미(加味)가 되면 인간이 넣고 뺄 수가 없다! 코에 걸면 코고리요. 귀에 걸면 귀고리라는 우스갯소리를 발불케하는 현문우답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일본의 내부에서도 문제가 제기된 때가 있었다. 첫째는 ‘야스쿠니 신사’ 에 봉안된 전몰자의 위패를 따로 분리하여 무명용사의 묘역을 만들어서 외국의 원수들도 참배하게 하자는 안과, A급 전범으로 처단된 14기의 위패를 분리하여 다른 곳에 안치하자는 안이었다. 이 또한 종교법인으로 등록된 ‘야스쿠니신사’의 신도 교의상 곤란하다는 논리다. 일본인들이 그토록 신성시하는 ‘야스쿠니 신사’도 결국은 신사(神社)의 일종일 수 밖에 없다. 신사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면 ‘야스쿠니 신사’의 허상도 쉽사리 알 수 있다. 일본에는 8만개의 신사가 있다. 그러므로 ‘야스쿠니 신사’ 가 A급 전범자 14명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다는 사실 외에 여느 신사와 다를 것이 없다. 하므로 일본의 총리나 각료들이 A급 전범의 위패를 향해 머리를 숙이는 것으로 인기를 측정하고, ‘전쟁의 책임을 부인하는 행태’ 를 보이는 것은 일본의 우익적 국수주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고운석<시인>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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