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인간의 수명을 이야기할 때 60을 환갑(還甲)이라 하였고 70을 고희라 하였으니 결코 짧지 않는 세월이 흘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세월 속에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고 하며 세월을 이기는 장사(壯士) 또한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70년의 세월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변화해 왔으며, 변화해 가고 있는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사회적 변화’를 이야기 할 때는 퇴보가 아닌 진보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지난 70년은 진보의 시간이었을까? 필자의 주된 관심 영역이 정치라는 점에서, 정치는 발전하여 왔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우리 국민의 대다수는 그러한 견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여러 여론조사에서 증명되고 있다. 정치인에 대한 혐오는 말할 것도 없고 정부에 대한 불신과 더 나아가서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도 OECD 국가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고 한다. 정치의 주요 목적이 국리민복(國利民福)일 것임에도 정치인들에게 국가와 국민들은 이미 안중에 있지 않고, 오직 그들만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제20대 총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았으며, 대통령 선거 역시 2년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불가피하게 선거구를 포함한 선거제도의 변화가 정치인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관심 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당은 이른바 ‘오픈프라이머리(Open Primary)’를 내세워 공천제도의 개혁에 올인 하고 있으며, 야당은 ‘권역별비례대표제’를 내세워 특정정당의 지역독식구도를 깨는데 당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헌법이 삼권분립 하에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국회가 지니고 있는 막강한 권력을 생각할 때, 국회의원의 선거제도가 어떻게 바뀌느냐 하는 것은 권력운용 전반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고 하겠다. 그런데 여당과 야당의 주장은 그 기본적 내용에서 모순을 안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여당이 주장하는 오픈프라이머리는 여당 스스로 그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하면 전혀 문제가 없지만 그것을 야당에게 같이 하자고 강요하는 것은 민주적 정당정치의 상식에 반하는 것이다. 정당이 공직선거에서 그 후보자를 공천하는 데에는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국민정서로 볼 때 여당이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여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야당이 현재의 제도를 지속시킨다면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는 여당에 쏠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 진다. 그럼에도 굳이 여당이 야당에게 이를 강요하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 둘째, 야당이 주장하는 권역별비례대표제는 지역구도가 현존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이를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하겠다. 문제는 야당이 여기에 국회의원 숫자의 대폭증원을 끼워 넣기 하려는데 있는 것이다. 정치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혐오로 번지고 있고 일각에서는 국회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원 숫자를 대폭 증원하자는 주장은 국민의 정서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오만의 극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70년 동안, 단명에 그친 제2공화국시대를 제외하고 우리는 정치체제에서 줄곧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여 왔고, 우리 정치문화의 특수성 속에서 대통령중심제는 곧 ‘제왕적 대통령중심제’로 기능하여 왔다. 경제적으로 세계 최빈 국가에서 세계10위권으로 발전한 오늘날 우리의 정치제도에도 새로운 옷을 입혀야 한다. 선거제도를 손질하는 것도 좋지만, 변화된 시대에 맞게 헌법을 개정하여 정치제도 자체를 바꾸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노마식로(老馬識路)라 하지 않는가. 개헌을 거론하면 경제에 소홀하게 된다는 노파심에서 벗어나 고희를 맞는 어른들답게 국가의 장래를 위한 지혜를 모아 봤으면 한다. 오수열<조선대 교수·한국동북아학회 회장>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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