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지 않는 '섬마을 동심'
양동섭 선생님과 4명의 전교생
입력시간 : 2005. 03.13. 01:05확대축소


“태권도 학원도 다니고 싶고 PC방에도 가보고 싶지만 그래도 우리 섬에 사는 게 더 좋아요. 공부도 하고 고기도 잡고…”

웬만한 지도에는 표시도 되지 않은 작은 섬.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도에서도 뱃길로 세시간 떨어진 만재도에는 흑산 초등학교 만재 분교가 있다. 1949년 당시 국민학교로 설립된 이 학교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1985년 분교로 격하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학생 세 명에 선생님 한 명이 있는 어엿한 학교다.
由ъ뼱移


올해 3월 부임한 선생님에게나 섬 마을 아이들에게 이 분교는 특별하다. 올해로 6년째 섬 마을 분교만을 찾은 양동섭 선생님(47)은 이 낙도까지 자원해 왔다.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게 조금 외롭긴 하지만 제가 없으면 이 아이들도 가족과 떨어져 뭍으로 나가야 하니까요.”

아이들에게 분교는 훌륭한 배움터인 동시에 좋은 놀이터이다. 유치원에 갈 나이지만 마땅한 보육시설이 없어 분교에서 공부하는 일곱살 희락이는 누나, 형들과 같이 학교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냥 즐겁다. 도시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이곳의 아이들에게는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만재 분교 역시 다른 많은 분교들처럼 폐교의 갈림길에 서 있다. 내년에 희락이가 분교에 입학할 예정이지만 6학년인 성민이가 상급 학교로 진학하기 위해 목포로 전학을 가게 되면 2학년인 동생 슬기 역시 오빠를 따라 갈 것이다.

낚시꾼 민박을 생업으로 하는 최용석씨(45)의 마음은 도시의 여느 부모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슬기나 성민이를 도시의 학교에서 많은 아이들과 어울리게 하고 학원도 보내고 싶어요. 이렇게 외지인들이 왔다 갈 때면 가지 말라고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요”라며 한숨을 쉰다.<@2오른쪽>

지난 한 해 동안 전라남도 초등학교 분교 178개 중 12곳이 폐교되었다. 올해만도 도내 5개 분교가 문을 닫았다. 30년 전에는 100명이 넘는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학교 담장을 타고 넘던 만재 분교에는 이제 네 명의 아이들만이 남아 있다. 하지만 파도소리가 잔잔히 울려 퍼지는 섬 마을의 네 아이들은 검사, 선생님, 의사, 축구 선수를 꿈꾸며 오늘도 그들만의 학교로 향한다.

글, 사진 = ⓒ 황미숙 (전남민원 신안군 메신저)



파인뉴스 기자 webmaster@finenews24.com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파인뉴스(http://www.xn--vg1b002a5sdzq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파인뉴스.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