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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7일 한민족을 둘로 가른 한(恨)의 경계선, 판문점이 65년만에 활짝 열렸다.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을 함께 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을 TV로 지켜보며 유독 많은 눈물을 흘린 이들이 있었다. 이북에 가족을 남겨두고 온 실향민들이다.

실향민들은 이번 '4ㆍ27 판문점 선언'에 따른 8ㆍ15 이산가족 상봉에 큰 기대감을 보이며 정기적인 교류가 지속되길 희망했다.

특히 고령인 실향민들은 "시간이 별로 없다"며 "살아 생전 가족을 단 한번만이라도 만날 수 있게 서둘러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정부의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광주ㆍ전남지역 이산가족상봉 신청자 중 생존자 수는 1347명(광주 544명ㆍ전남 803명)으로 지난 2011년에 비해 521명이 줄었다. 분단 후 7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실향민이 고령이나 질환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 "정기적인 만남의 계기 되길"

황해도 금천 출신 오건웅(75)씨는 황해도 금천에서 국민학교를 다니다가 1951년 1월4일 1ㆍ4후퇴 때 부모님과 함께 남한으로 내려와 화순에 정착했다.

현재 오씨는 이북도민 광주연합회장을 맡고 있다. 오씨는 "아버지는 86세, 어머니는 96세에 세상을 떠나셨다"며 "부모님은 평생 고향을 그리워하다가 끝내 고향의 흙 다시 못 만져 보시고 눈을 감으셨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친척들이 잘 계시는지 생사조차 확인할 길이 없어 답답할 노릇"이라며 "다 돌아가시기 전에 얼굴을 뵙고 그간 쌓였던 회포를 풀고 싶다"고 말했다.

오씨는 이번 판문점 회담에서 이뤄진 남북합의에 따라 '8ㆍ15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한다는 소식이 무척 반갑다고 했다. 하지만 오씨의 진정한 바람은 이북에 있는 가족들과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 자체도 의미있는 일이지만 과거에는 만남 일정이 짧아 헤어질 때 한숨만 남긴 채로 돌아와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상태와는 별개로 이산가족 만이라도 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형제들 생사라도 확인했으면"

황해도 해주 출신 채정희(85)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인 1950년 12월 전쟁 중에 혼자 남으로 떠밀려왔다. 10대 소년이 부모와 4명이나 되는 동생들과 생이별한 것이다. 현재 광주 북구에 살고있는 채씨는 남한에서 70년을 살았고 그 중에 34년을 군인으로 복무했다.

채씨는 그동안 북에 있는 가족들을 만날 엄두도 못냈다고 했다. 군인 신분이라 조심스러울 뿐더러 자주 초래된 남북간 군사적ㆍ정치적 긴장관계 때문이었다.

채씨는 "정부에서 지난 2015년에는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DNA검사를 하러 방문한다고 하고, 또 어떤 때는 북으로 영상편지를 보내겠다고 했지만 전부 거절했다"며 "과거 몇차례 이산가족 상봉이 있기는 했지만 그때마다 신청자 중 상당수가 탈락돼 선발되기 힘들었다. 어느 세월에 만나게 해줄지 신뢰가 가지 않았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혹시 동생들 얼굴이라도 봤으면 했지만 욕심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면서 "맨 처음 이산가족 상봉 신청받을 때 말고는 다시 신청 안했다"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채씨는 지난 10여년간 느끼지 못했던 평화의 기류를 요즘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그간 긴장만 가득한 남북관계에서 상봉은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이번 회담은 이제까지 봐온 정상회담 중 가장 큰 기대를 했다"며 "세상을 떠나기 전 이북 형제들 생사라도 확인했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오건웅. <이산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