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붕괴' 그 뒤엔 국내 유일 '특혜 조례' 있었다
전국 '춤 허용 일반음식점' 7곳 조례 중 특례 부칙 '유일'
'변칙 영업' 합법화..허점 틈타 불법증축·안전관리 소홀
적용 영업장 두 곳 불과..조례 입법 전후 과정도 '의혹'
입력시간 : 2019. 07.29. 16:13확대축소


27명의 사상자가 난 광주 서구 클럽 복층 구조물 붕괴 사고와 관련, 행정당국이 해당 클럽의 변칙 영업을 합법화 시켜주기 위한 특혜 조례를 제정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춤을 출 수 없는 '일반음식점'인 이 클럽은 관할구청의 '춤 허용' 조례 제정 일주일 만에 '춤 허용업소' 변경을 신청, 변칙 영업이 합법화됐다.

지난 27일 30명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도심 클럽 복층 구조물 붕괴 사고의 근본 배경에는 국내 유일의 특혜 조례가 있었다.

사고가 난 클럽은 변칙 영업으로 두 차례 행정처분을 받았으나, 조례는 이례적인 부칙까지 덧붙여 합법적인 길을 터줬다.

29일 광주 서구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 2016년 7월11일 '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의 운영에 관한 조례'(춤 허용 조례)가 제정, 시행됐다. 일반음식점 영업장 내 음식 섭취를 위한 탁자·의자 등을 설치한 곳(객석)에서 춤을 출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주된 골자다.

붕괴 사고가 발생한 A클럽은 지난 2015년 7월18일 서구 치평동에 '일반음식점' 영업을 하겠다며 신고, 이듬해 1월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식품위생법 상 일반음식점은 술과 음식만 손님에게 제공할 수 있고 춤추는 행위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영업장 내에서 춤을 추려면 소방안전·식품위생 규제가 보다 강하고 세금 부담이 큰 '유흥주점'으로 영업신고를 내야 한다.

그러나 A클럽은 춤을 출 수 없는 일반음식점에서 '유흥주점'처럼 운영하는 변칙영업을 하다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2차례 행정처분을 받았다.개업 3개월 만인 2016년 3월 한 달간 영업이 정지됐고, 3개월 뒤에는 636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과징금 처분이 있은 지 한 달 뒤인 7월11일 서구의회는 공교롭게도 '춤 허용' 조례를 제정, 시행했다. 이에 따라 A클럽은 '춤 허용 지정업소' 변경 신청을 내 일반음식점에서 클럽영업을 법적 문제없이 계속할 수 있었다.

이같은 법에 허점이 생긴 것은 서울 마포 등지를 중심으로 7080, 8090 복고음악 열풍에 맞춰 이른바 '감성주점'이 성행하기 시작한 2015년 전후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반음식점 내 춤추는 행위를 금지하면서도 감성주점의 변칙영업을 양성하고 제도화해 안전·위생을 보다 철저히 관리하기 위해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 이듬해 2월부터 시행했다. 개정안에는 안전 기준이 충족될 경우 객석에서 춤추는 행위는 자치단체의 조례로 허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지난해 지방선거 기준) 중 춤 허용 조례를 제정, 시행 중인 기초자치단체는 7곳에 불과하다.

이 중 A클럽이 위치한 광주 서구의 조례 부칙 조항에는 특례를 가장한 '특혜'가 담겨졌다.

해당 조례 2조에서는 춤 허용업소를 '영업장 면적이 150㎡ 이하인 일반음식점 중 손님이 객석에서 춤출 수 있는 곳'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부칙 2조(150㎡ 초과 춤 허용업소 지정에 관한 특례)에는 '조례 시행 이전 일반음식점은 면적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예외를 뒀다.

다른 자치단체 6곳의 춤 허용 조례에는 춤 허용업소의 구체적인 면적 제한을 둔 조항도, 기존 영업장에 특례를 주는 부칙도 없다. 인접한 광주 북구도 부칙에는 시행일자만 적혀 있다.

실내 면적이 504.09㎡에 달하는 A클럽은 국내에서 유일한 '특혜' 조례가 제정된 지 일주일 만인 같은해 7월18일 춤 허용 일반음식점으로 변경, 지정됐다. 해당 조례에 근거해 서구지역에서 춤 허용 일반음식점으로 영업하고 있는 곳은 A클럽과 기존에 신고된 감성주점(394㎡) 단 2곳 뿐이다.

A클럽은 그러나, 서구의회 조례 논의 과정에서 사실상 '구제 케이스'로 언급되기도 했다. 행정처분을 앞둔 특정 영업장의 변칙운영을 계기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보다 행정처분이 부당한 만큼 이를 피할 수 있는 합법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A클럽만을 위한 특혜 조례'라고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조례 속 안전규정도 제도화를 통한 철저한 안전관리를 꾀한 시행규칙 개정 취지와는 달리 유명무실화됐다. 서울 서대문구를 제외한 6개 자치단체 모두 조례에는 '연 2회 이상 지도·감독할 수 있다'는 규정만 있을 뿐 의무조항이 없다.

서구 역시 A클럽이 춤 허용 업소로 지정된 지 3년 동안 제대로 된 지도·감독을 하지 않았다.

특혜와 제도적 맹점 속에서 A클럽은 3차례 불법 증·개축을 일삼고 안전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이는 결국 지난 27일 A클럽 내 불법 증축된 복층 구조물 붕괴로 2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치는 참사로 이어졌다.

서구 관계자는 "춤 허용 조례가 상위법인 식품위생법과 시행규칙 개정 취지를 무력화한 셈이다. 특례도 사실상 기존 영업자 편의를 고려한 것으로 보여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광주클럽안전사고수사본부는 지난 27일 오전 2시39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 한 클럽 내부 복층 구조물 붕괴 사고 전후 내부 CCTV영상을 28일 공개했다. 이번 붕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광주.뉴시스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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