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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 한때 이름을 굉장히 떨쳤던 명나라 유(劉忠)이 나이를 많이 먹고 기력도 쇠잔해져 산골에서 은둔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를 하늘처럼 믿고 따르던 측근들도 하나 둘 떠나갔다.

새로 부임해 온 군수가 부하를 시켜 그에게 선물을 보내며 만약 유충이 선물을 받지 않으면 돌아오지 말라고 부하에게 단단히 일렀다. 부하를 만난 유충이 태연하게 말했다.

“이젠 늙고 가난해서 하인도 한 사람밖에 안 남았소. 하루 식비도 몇 푼이면 만족하오. 내가 만일 당신의 선물을 받을 경우 하나밖에 안 남은 하인마저도 도망칠 것이오. 그러면 나 혼자 이곳에 남는단 말이오󰡓

얼마 후, 그와 함께 젊은 시절에 이름을 떨친 종상서라는 인물이 있었는데, 하인이 그의 재산을 몽땅 털어가지고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었다. 그제야 사람들은 유충의 선견지명에 감탄했다.

▶곽자의(郭子儀)

당나라 황제의 후궁 노기(盧杞)는 몹시 추하게 생겼다. 일단 노기가 나타나면 신하들 가운데에서도 곽자의(郭子儀)라는 신하만이 슬그머니 피하곤 했다. 여러 신하들이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그에게 그 연유를 물어보자 곽자의가 이렇게 대답했다.

󰡒노기의 얼굴이 추하게 생겼기 때문에 그를 쳐다보면 웃지 않는 사람이 없네. 앞으로 노기가 왕을 등에 업고 행세를 부릴 때에는 우리의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것이오󰡓 화근을 처음부터 미리 방지하는 곽자의의 생각은 실로 멀리 내다보았다고 할 수가 있다.

▶옳고 그른 것

북송시기 당숙(唐肅)과 정위(丁謂)는 이웃이자 친한 친구 사이였다. 정위가 조정의 부름을 받고 높은 관직에 오르자 당숙은 이내 타향으로 이사를 갔다. 왜 이사를 가느냐고 사람들이 물어보자 당숙이 대답했다.

󰡒정위가 관직에 오른 후 계속 그와 왕래를 하면 빌붙어 사는 줄로 착각할 것이오. 만약 오랫동안 그를 찾아가질 않는다면 그가 필경 나를 의심할 거요. 아예 이사를 가는 쪽이 상책일 듯하오󰡓

▶현명한 처사

어느 날 송태종(宋太宗)과 함께 술을 마신 공수정(孔守正)과 왕영(王榮)은 그만 만취하고 말았다. 두 사람은 어찌나 취했던지 예절마저 까마득히 잊어버린 채, 황제 앞에서 국경 보호에 있어 자기의 공이 크다며 서로 옥신각신했다. 다른 신하들이 차마 보고만 있을 수가 없어서 두 사람의 죄를 문책해야 한다며 황제의 동의를 요구했지만 황제는 쉽게 동의하지를 않았다. 이튿날 그 두 사람은 뒤늦게 자신들의 실수를 깨닫고 황제 앞에 엎드려 사죄했다. 황제가 말했다.󰡒나도 어제 만취했었소. 어제 있었던 일이 다 아리송하기만 하오󰡓

강원구<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