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당문종(唐文宗)이 공사 준공식에 참가하게 되었다. 식이 시작되기 전에 거의 나체나 다름이 없는 고전 씨름을 보여주겠다며 주최인이 아뢰었다. 그러자 당문종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내가 금방 깨끗이 몸을 씻었는데, 어찌 그런 꼴불견을 구경할 수가 있느냐? 좌우에 서 있던 신하들이 얼른 대답했다. 오래 전부터 내려온 풍속입니다. 지금 씨름꾼들이 밖에 대기하고 있습니다. 당문종이 말했다. 아마 상금을 타러 온 모양이군. 그들에게 밖에서 씨름을 하게하고 상금을 주어 보내도록 하라. 또 한 번은 당문종이 닭싸움을 구경하였다. 주인은 자기 닭이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닭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조용히 듣고 있던 당문종이 시치미를 뚝 떼며 말했다. 이 닭이 제일 좋다면 당신께 상으로 주겠소. ▶선배(先輩)를 따라 배우자 조정에서 장영(張泳)을 성도(成都)로부터 불러들이고 그 후임지사에 임중정(任中正)을 파견하려 하자 일부 신하들은 그가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며 반대했다. 황제(皇帝)가 왕단의 의견을 물어보자 왕단이 대답했다. 임중정이 아니면 아마 장영의 제도와 방법을 그대로 이어나가지 않을 것입니다. 황제는 왕단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임중정을 성도지사로 파견했다. 성도에 도착한 임중정이 장영에게 성도를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무슨 특별한 방법을 갖고 계십니까? 장영이 대답했다. 특별한 방법은 없소. 만일 당신의 견해가 이미 세워놓은 방법에 비해 훨씬 좋다고 생각되면 기존의 방법을 폐지시키고 자신의 방법을 펼쳐 나가기 바라오. 임중정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방법이 기존의 방법보다 못하다고 판단하고 기존의 방법대로 펼쳐 나갔다. 결국 1년 후 임중정은 성도를 잘 통치해서 조정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어사(御史) 집의 몽둥이 송(宋)나라 어사(御史)의 집에는 성미가 곧기로 소문난 노인 하인이 있었다. 일단 어사가 잘못을 저지를 경우 그 노인은 영락없이 몽둥이를 치켜세워 어사의 잘못을 제때에 일깨워주곤 했다. 그래서 어사의 집에서는 노인의 그 몽둥이를 옳고 그른 것을 식별하는 표준으로 삼았다. 어느 날 어사가 손님을 초대하게 되어 주방장에게 말했다. 주방장, 오늘 저녁에 손님들을 열 명 정도 초대했으니, 채소 이십 가지와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꼭 준비해 주시오. 예, 알겠습니다. 손님 숫자를 알았으니 제가 알아서 요령껏 준비해 놓겠습니다. 주방장이 대답했다. 주방장이 막 물러가려 하자 어사가 또 그를 불러 세웠다. 잠깐, 싱싱한 생선도 빼놓지 말고, 그리고 나물도 대충 준비해야 되고‥‥‥. 이때 대문 쪽에 서 있던 노인이 어느새 몽둥이를 우뚝 세워놓고 묵묵히 어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저 노인이 왜 또 몽둥이를 세웠지? 뭐 잘못한 것도 없는데? 어사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노인에게 말을 건넸다. 혹시 내가 무슨 실수라도 했나? 노인이 대답했다. 사람을 부리는 큰사람이라면 그들에게 방법만 알려주고 임무를 완성하기를 바라는 것이 도리입니다. 만일 그들이 방법대로 하지 않을 때에는 형벌에 따라 처리하면 되는데, 구태여 구구히 설명할 필요까지는 없죠. 만약 어사에게 나라를 맡긴다면 어사께서는 모든 백성들에게 어떻게 하라고 일일이 부탁하겠습니까? 엉? 어사는 그만 노인의 도량에 탄복하지 않을 수가 없었으며 한편 자신이 몹시 부끄러웠다. /강원구[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 회장]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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