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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세월 동안 지역경제를 책임졌던 화순광업소가 30일 종업식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국내 1호이자 국토 서남권의 유일한 탄광으로 1905년 문을 연 이후 지역 경제를 견인해왔지만, 정부가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한국석탄공사를 정리하는 정책 결정을 내리면서 가장 먼저 문을 닫게 됐다.

30일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에서 열린 폐광 종업식은 삶의 터전을 떠나야하는 직원들의 안타까움으로 가득했다. 화순탄광은 1905년 운영을 시작한 국내 1호 무연탄 광산으로 자그마치 118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일제시대에는 일본기업에 의해 개발되다가 1950년 대한석탄공사가 창립하면서 이관됐다. 화순탄광의 호황기는 1970~80년대다. 한때 종사자가 1700여 명에 달했고 1989년엔 연간 채광량 70만5000톤으로 광업소 최대 생산량을 찍기도 했다. 탄광 간부들을 위한 사택과 노동자들을 위한 아파트가 지어지고, 영화관과 병원도 들어섰으며, 월급날이면 탄광마을 일대의 술집과 식당은 발디딜틈이 없었다.

그러나 호황이 언제까지 계속 이어질수는 없었다. 지속적으로 생산량이 줄어 2020년 9만2000톤, 2021년 7만5000톤, 지난해는 6만3000톤을 생산했다. 에너지원과 산업구조의 변화 속에서 석탄 산업의 내리막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었다. 노후화 된 생산 설비 속에서 채광을 위해 갱도가 깊어질수록, 오히려 근로자의 안전사고 위험이 커지는 모순 역시 안고 있었다. 화순광업소가 서남부 지역 유일한 탄광으로 서민 연료인 연탄을 서남권 전역에 공급하는 거점기지 역할을 해왔지만, 지속적으로 연탄 수요가 감소하면서 석탄 원가가 급증했고 이에 따라 대한 석탄공사의 누적 부채도 커졌다.

결국 정부는 제6차 석탄산업 장기계획에 따라 2022년 이후 석탄공사의 석탄 생산량을 107만t으로 한도를 설정했고 이에 따라 화순탄광뿐 아니라, 강원도 태백 장성탄광, 삼척 도계탄광 등 3개 탄광을 조기 폐광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조기 폐광을 통해 탄광의 안전사고가 근절되고 약 1조 원의 국가 재정이 절감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는 일자리를 잃은 263명의 광부들이다. 40여명의 노동자들은 연말까지 탄광 정리작업 업무를 맡는다. 일부 노동자들은 장성과 도계탄광으로 이동하고 영암의 조선업체에 재취업한 노동자들도 있다. 귀중한 노동력이 우리 지역을 떠나는 것도 크나큰 손해고 아직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한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도 시급하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차원의 조기폐광지역 경제진흥사업계획 용역이 진행되고 있으며, 내년 말쯤 용역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폐광지역에 새로운 산업모델을 정착시켜 화순의 발전 동력으로 삼는 미래를 많은 군민들이 바라고 있을 것이다. 다만 폐광지역에 변화와 해고 노동자들의 재도약 이전에 놓치지 않아야 할 분들이 계시다.

바로 산업역군으로 추앙받다, 진폐증 판정을 받고 쓰러진 광부들이다. 부친 역시 진폐증으로 고통을 받으셨기에 광산 노동자들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한다. 젊음을 바쳐 일하다 몸에 장애를 얻은 분들에 대한 복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문을 닫은 탄광처럼 그저 그들의 아픔을 묻어두고 화순의 미래를 말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가장 깊고 어두운 탄광에서 흘린 검은 땀과 눈물이, 화순 발전의 빛이 되었다. 부디 탄광 지역이 이대로 멈추지 않고 빠른 미래에 다시금 화순 발전의 한 축으로 거듭나길 기원한다. 마지막으로 광부의 아들이자 화순의 아들로서 그들의 노고에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윤영민/ 다온지역경제연구소 소장 010-3114-4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