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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낙엽 지는 일기로 인해 싸늘해지고 마음까지 을씨년스러워지며 모든 만물이 동면 준비를 하는 계절이다.

또 낮의 길이도 날이 갈수록 짧아지기에 모든 것이 아쉬움만 남는 계절이다.

영화 ‘가을로’에 담긴 사랑의 아픈 추억 속에는 가을을 보내야 하는 아쉬움과 황망함도 담겨있다.

또 남녀 주인공들의 열연 속에 한번 푹 빠져 그들과 함께 스크린 속에 나 자신을 던져 시간과 공간을 훌쩍 뛰어넘는 시간 여행도 함께 해 보는 그래서 환상과 야릇함도 느껴보는 상념의 시간도 얻을 수 있다.

‘가을은 사랑의 계절’이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사랑이란 씁쓸하고 고통스럽고 상큼하고 짜릿한 과정을 통해 실과를 얻어내는 것이다.

필자가 사랑 타령에 여념 하는 것도 그만큼 세월의 흐름에 민감해지고 있다는 결론이다.

누구나 한 두 편쯤 기억이 생생한 영화가 있을 것이다.

한 장면의 기억 때문에 두고두고 그 영화가 본인의 뇌 속에 자리하게 된다.

바로 그런 영화가 본인에게는 명화인 것이다.

필자는 ‘게오르규’ 원작을 ‘헨리 버뉴엘’ 감독이 영화화했던 인간과 정의와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일러준 ‘안소니 퀸’ 주연의 영화 ‘25時(1967년)’ 엔딩 장면이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기억이 생생하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명명된 전쟁으로 인해 헤어져야만 했던 주인공이 우여곡절 끝에 귀향하게 된다.

가족과 상봉하는 기차역에서 주인공의 아내는 전쟁으로 인한 또 다른 비극의 씨앗인 아빠가 다른 아이를 품에 안고 나타난다.

주인공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하고 고민도 하게 된다.

이때 취재하러 온 기자는 얄궂게도 ‘스마일’하면서 주인공에게 웃을 것을 강요한다.

이런 상황 하에서 주인공은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어정쩡한 그의 모호한 표정은 역시 ‘안소니 퀸’이다”라고 할 정도로 명연기로 처리 해 낸다.

그때부터 필자는 ‘안소니 퀸’의 열렬한 팬이 되고 말았다.

김대승 감독 ‘가을로’의 마지막 시퀀스인 크레인 샷이 바로 그런 명장면 못지않기에 아직 못 본 분들께 보시길 권한다.

과거 사랑했던 여인 김지수는 지난날 찾아왔던 가로수 길의 명소인 담양 메타세콰이어 거리에 서서 생각에 잠겨본다.

영화는 과거의 장면으로 컷 백(CUT BACK) 된 상태이다.

그녀는 주위를 살피며 상념에 젖어들고 카메라는 서서히 그녀 위로 시간과 공간과 함께 크레인을 타고 넘어가듯 올라간다.

이때 화면에 슬며시 끼어드는 현재의 남자 주인공 유지태와 과거 여주인공을 따랐던 현재시점의 여주인공인 후배 엄지원.

이 두 사람이 과거의 여주인공 김지수를 회상하는 즉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게 되는 시간과 공간의 이동이 매우 자연스럽게 한 컷으로 연결되어 보여진다.

이 장면을 보는 순간 필자는 김대승감독의 간결한 영상언어의 영상표현에 무릎을 치고만 것이다.

가을에 보는 가을 영화 ‘가을로’가 필자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명장면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형균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