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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꾼도 아닌데…”

일부 종합부동산세 신고 대상자들의 이런 불평이 얼핏 그럴싸하게 들릴지는 모를 일이다. 그러나 종부세가 투기꾼을 지목해서 부과하는 징벌적 세금이 아니라, 고액 부동산 보유자가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는 혜택에 상응해 납부하는 부담이자 나아가 자산 규모에 맞는 사회적 나눔의 실천이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이들의 불평은 단지 푸념에 그칠 일이다.

세금없이 국가도 없다. 더욱이 집값이 수억 씩 올라 고액 자산가가 된 종부세 대상자들이 자신의 재산규모에 맞는 세금을 외면하고서는 사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종부세가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장기적 효과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 근본 취지와 출발은 무엇보다 조세의 형평성이다.

'투기한 것도 아니고, 한 집에 10년 넘게 살아왔는데…’라는 항변도 들린다. 그러나 이러한 항변 역시 잘 갖춰진 방범 시설과 교통 환경 교육 사회적 인프라 등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쾌적한 주거 환경 및 그로 인한 주택가치 상승 등 납세자가 실제로 향유하고 있는 혜택을 생각한다면 종부세 회피의 변명이 되지 못한다.

부동산 세제 정상화 기반 마련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은 1960년 이후 10년 주기로 부동산 가격 인플레이션을 경험하여 왔으며 이때마다 불합리한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여 투기를 근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우리나라 전체 재산세 중 보유세 부담은 20% 수준으로 선진국의 80% 수준보다 매우 낮아 고액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세부담의 형평성이 낮았다.

또 재산세를 면적기준으로 과세함에 따라 가격이 낮더라도 면적이 넓은 주택의 세금이 더 많은 불합리한 상황이 지속됐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의 44평 주택(공시가격 9억원)은 2004년 재산세 89만원을 납부하였으나, 공시가격이 동일한 강북 94평 주택은 4.8배가 많은 432만원 냈다. 수 억원 규모의 중형 아파트 재산세 부담액이 일반 중형 승용차의 자동차세보다 낮은 웃지못할 상황도 몇 년째 지속됐었다.

그러나 참여정부 들어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을 통해 숙원과제인 보유세를 합리적으로 개편함으로써 부동산세제 정상화의 기반을 마련했다. ‘재산이 많은 사람이 많은 세금을 낸다’는 형평성의 원칙이 이제야 작동하게 됐다. 또한 이는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를 향한 우리사회의 오랜 조세개혁 노력의 성과물이다.

세금 부과대상은 소득(소득세), 재산(보유세), 소비(부가가치세)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누진세율로 고소득자에게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특별소비세 등을 통해 명품 등 고가상품에 높은 세금을 매기는 것과 똑같은 수직적 형평성의 원리에 따라 고가주택에 종부세가 부과되는 것이다.

보유세 개편 전인 2004년까지 부동산을 보유함에 따라 누리는 혜택에 비해 보유세가 너무 적었으며 이 점에 대해서는 이미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또 집 값이 비싸고 세원이 많은 수도권과 지방간 세수 격차가 커서 지방의 경우 재원부족으로 인해 지역개발이 늦춰지는 등 지역발전 불균형이 심화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주택의 과표평가를 토지와 건물을 통합과세하는 ‘시가방식’으로 바꿔 ‘동일한 재산에 동일한 세금’이라는 공평과세의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개인별로 소유하는 토지와 주택을 전국합산 누진과세하는 종부세를 신설함으로써 보유세를 현실화했다.

과거 우리나라는 과표 산출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보유세(재산세+종부세) 부담은 턱없이 낮은 반면 징세의 용이함 때문에 거래세(취득세+등록세)는 높은 세율을 유지해왔다.

낮은 보유세 부담은 다주택 보유의 유인을 키워 투기를 부추겼고, 지방자치단체 세입의 상당부분을 거래세로 충당함으로써 부동산경기에 따라 지자체 재정이 흔들리는 부작용이 심했다.

종부세는 재정이 취약한 지자체에 우선 배분하여 지역균형발전을 지원토록 설계됐다

지방 균형발전으로 혜택 골고루 돌아가

이에따라 종부세는 과거 불합리했던 부동산 보유세제를 정상화해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높이는 동시에 지방 재정의 균형발전을 지원하는 일거 양득의 효과가 있다.

종부세는 전국의 주택과 토지를 합산과세하는 체계이므로 도입 당시부터 국세로 하되 재정이 취약한 지자체에 우선 배분하여 지역균형발전을 지원토록 설계됐다.

이를 위해 종부세수 전액을 재원으로 하는 “부동산교부세”를 신설하여 종부세 강화에 따른 세수가 지역균형발전과 연계·운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종부세로 늘어난 세수는 ‘부동산 교부세법’에 따라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우선 배분해 지역발전 재원으로 사용하고 * 종부세가 도입됨으로써 감소한 재산세의 보전과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의 취지에 따라 감소한 거래세 보전에 활용된다.

종부세 교부기준은 지자체별로 재정여건(80%), 지방세 운영상황(15%), 부동산 보유세 규모(5%)등을 감안하여 배분된다.

■ 재정여건(80%) : 시·군·구별 3개년(당해연도, 전년도, 전전년도)간 평균 재정력역지수

■ 지방세 운영상황(15%) : 지방세 징수율 및 체납액 징수율, 탄력세율적용 여부, 신세원 발굴 등을 감안

■ 부동산 보유세규모(5%) : 전년도의 재산세(2004년도의 경우 재산세와 종합토지세) 부과액으로 산정한 지수

올해 종부세 세수는 균형발전 재원으로 50%가 활용되며 거래세 감소액 보전에 30%, 재산세 감소액 보전에 20% 씩 각각 활용될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고액 자산가들이 내는 종부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는 지역 균형 발전과 지방 교육재정 확충 등에 쓰여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혜택이 우리 사회에 골고루 돌아가게 된다. 이같이 합당한 세금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부자들이 존경 받는 문화가 형성된다면 더더욱 환영할 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