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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내년 이맘때 쯤이면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열풍에 휩싸여 있을 것이다.

4년전 이때 우리는 기존의 권위주의와 격식에서 벗어난 파격적 행동을 보인 노무현 후보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면서 그에게 5년간 한국사회의 통치를 맡기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집권 4년이 지난 지금 참여정부의 지지도는 역대 어느정부에 비교해서도 참혹할 만큼 추락하였으며 이러한 지지도는 남은 1년내에 회복될 가능성마저 거의 없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면 참여정부의 이러한 실패는 과연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대통령의 가벼운 언행, 편가르기 인사 등이 그 원인의 대부분이 될 수 있을까. 결코 그렇다고 할수만은 없을 것이다.

　뭐라해도 참여정부의 실패는 우리사회의 구조적 모순에서 찾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다고 할 수있을 것이다. 우리는 1945년 일제식민통치에서 벗어낫지만 참다운 민주정치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지 못하였다. 오히려 가부장적 권위주의의 기반한 이승만 대통령을 국부(國父)로 추앙하고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대통령을 단군이래의 가난으로부터 민족을 해방시킨 위대한 통치자로 추앙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탈권위와 탈격식의 노무현대통령이 보여준 파격적 행동을 우리국민들이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기에는 아무래도 무리였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하여 남은 기간동안 참여정부가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져 실패한 정권으로 전락하여야 할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참여정부는 원만하게 마무리 되어야 한다. 그것만이 차기정권에게 부담을 전가시키지 않고 지속적인 국가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민정부에서 국민의 정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이미 경험했듯이 전임 정권의 실패는 후임 정권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고 그것은 궁극적으로 국민들에게도 커다란 부담을 안겨주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 비록 참여정부가 국민들에 혹독한 심판의 직면하고 있지만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좋은 정책들은 차기 정권에 의해서도 계승되고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어느당이 집권하더라도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권력의 분산, 인권의 신장, 지역 균형발전 등의 기본정신은 이어져 가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볼때 참여정부의 실패원인은 정책의 실패라기 보다는 그것을 집행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의 방법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예컨대, 인재를 등용하는데 있어서도 역대 어느 정부에 비교하여 지역별 균형이 도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구체적인 내용에서 이른바 '코드'에 맞는 사람만을 추리다 보니 광범위한 인재 등용에 실패하였고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확보하는 대도 실패 하였던 것이다. 그런가 보면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올바른 정책방향을 설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 소재하는 주요 국가기관의 지방 이양과 같은 점진적 방식이 아닌 수도 이전과 같은 혁명적 발상이 동원됨으로써 결과적으로 목적을 달성하지도 못하면서 국론의 분열만을 심화시켰던 것이다.

　필자가 이미 후보시절 노무현 대통령에게 지적한바 있지만 대한민국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대학교육을 개혁해야만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서울대학교 문제에 손을 대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다고 하여 취임직후 노무현대통령이 언급했던 것처럼 서울대학교의 폐지를 운운하는 것은 거의 실현가능성이 없는 일이며 오히려 사안을 복잡하게만 할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미 외국에서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처럼 대학을 특화(特化)시키는 방법이 가장 현명하다고 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대한민국 권력의 80%이상을 독점적으로 장악함으로써 적지 않은 모순을 야기시키고 있는 서울대학교를 축소,특화시킴으로써 서울대학교를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발전시키는 한편 권력의 분산을 통해 우리사회의 민주화를 가져오는데도 크게 기여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참여정부는 남은 기간 새로운 일을 벌리기 보다는 지금까지 추진해왔던 정책들을 하나하나 마무리하는데 진력해야 할 것이며 그러고서도 마무리가 되지 않는 일들은 차기 정권에서 담당 추진하도록 인계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국가와 민족은 영원하다는 생각을 가질 때만이 정권 재창출이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초조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마음가짐은 다음 정권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오수열<조선대 교수, 한국동북아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