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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시대를 앞서가야 한다고 항상 주장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지난 20일 개봉된 ‘007 시리즈 카지노 로얄’은 아쉬운 영화이다.

좀 더 다양한 액션, 황홀한 관능미 그리고 과학과 접목되는 수사와 첩보극 등이 펼쳐져야 했다.

그 만큼 지난 과거 ‘007 시리즈’의 인기도로 보아 이번에 개봉된 ‘007 카지노 로얄’에 거는 기대가 컸다는 이야기다.

1963년 ‘007 위기일발’로 시작된 ‘007 시리즈’는 그동안 흥행영화의 대명사처럼 자리 잡아 왔으며 오락영화의 진수를 선보였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마땅치 않았던 당시로서는 ‘007 시리즈’를 한번만 접하게 되면 누구나 다음 속편을 기대하게 되었었다.

그만큼 관객들의 마음을 꽉 붙잡아 둔 영화로 ‘007 시리즈’는 작품마다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속출하는 여러 장면들을 통해 시대를 앞서가는 과학과 접목시킨 영화들로 정평이 나 있었고, 세계 최고 장수 시리즈로 각광을 받고 있기도 했다.

물론 1960년대 후반부터 북한에는 김정일 총비서 당시 직접 제작에 관여했다고 하는 50부작이 넘는 다부작 예술영화 ‘민족과 운명’도 있었지만 흥행 목적의 오락성으로 제작된 영화로는 007 시리즈가 가장 오랫동안 제작되고 있다.

이번 ‘카지노 로얄’ 편까지 21번이나 진행된 ‘007 시리즈’ 속에는 그동안 아름다운 여인들이 대거 등장하여 영화들마다 색깔 있는 연기들로 인해 항상 여인들의 미를 과시하는 그런 장이 되기도 하여 많은 관객들에게 호기심을 심어 준 작품이다.

특히 바닷가 석양 실루엣 차림의 ‘본드걸’의 요염한 자태들은 많은 이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데에 즉효였다. 그리고 스릴 넘치는 화려한 액션들과 그때마다 들려오는 007 특유의 테마뮤직, 권선징악의 기본 틀 속에서도 그 진행은 복선을 깔고 반전을 항상 담아내고 있기에 알쏭달쏭하면서도 휴머니즘을 잃지 않고 아기자기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있어 시리즈로 거듭 탄생하게 됐다.

그러나 점차 어린 세대들까지 거칠어지고 악랄한 폭력이 난무하게 되는 요즘 사회적 현상으로 인해 점차 관객들의 눈과 귀의 감각이 달라져 관객들은 과거 액션영화의 환상에서 탈피하고 자극적인 입맛을 찾아 떠나고 있는 형국이다.

그만큼 선과 악의 구도를 표현하기란 변화되는 시대상에 맞추어 영화도 제작되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들여다보면 인간의 폭력성이 점점 더 악랄해지고 잔인해지고 있다는 증거이며 또 영화 속에서 대리 만족을 취하게 되는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범죄 수법과 구원의 모습들이 좀더 거칠고 강하며 엽기적이더라도 자극적인 요소들을 원하고 있다.

항상 달라지는 관객들의 입맛에 맞추어 영화를 제작하기란 무척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아직까지 ‘007시리즈’가 건재한 이유로는 인본주의로 이야기를 매듭지어가며 항상 색다른 수법의 국제범죄를 일망타진 하여 세계의 평화를 지켜나가려는 주인공의 굳은 의지를 풍부한 볼거리와 함께 제공하고 있기에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007 시리즈’에 욕심이 있다면 좀 더 업그레이드 된 다양한 볼거리 위주의 화려한 액션과 최첨단 과학을 응용한 수사 첩보 그리고 화려한 관능미를 계속해서 영화 속에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박형균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