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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이 최치원 선생의 다큐를 제작하게 됨에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최치원 선생의 설화가 나오고 있다.

조선후기 이중환이 지은 ‘택리지’에 의하면, 최치원을 태운 배는 월출산 서쪽 기슭에 자리잡은 영암 구림마을의 상대포에서 출발하여 흑산도와 홍도, 가거도를 거쳐서, 중국의 영파(寧波)에 도착한 것으로 기술되어 있다.

이는 최치원이 당으로 건너간 항로를 전하는 흥미로운 자료라 할 수 있는데, 그 항로상에 최치원 관련 설화가 전하고 있다.

먼저 상대포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해남 화원면 금평리의 운거산(雲居山) 자락에 서동사라는 절이 있는데, 최치원이 이 절을 창건했다는 설화가 전한다.

최치원의 호가 ‘외로운 구름’이라는 뜻의 고운(孤雲)이라는 점을 상기할 때, ‘구름이 머무는 산’이라는 뜻으로 풀이되는 운거산이라는 이름이 우선 심상치 않다.

이와 함께 화원반도의 끝자락 바닷가에 ‘당으로 떠나는 포구’란 의미로 풀 수 있는 ‘당포(唐浦)’라는 지명이 있는 것도 예사스럽지 않다.

이러한 설화와 지명은 최치원의 도당이라는 역사적 사실과 관련된 것으로 보아 무방할 것이다.

도당 바닷길의 길목에 해당하는 비금도 최남단의 수도마을에도 최치원 설화가 전한다.

그 마을 뒷산(해발 95m)의 8부 능선에 고운정(孤雲井)이라 불리는 샘이 있는데, 설화에 의하면 최치원이 이곳을 지나다가 우물을 파서 비금도의 물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최치원이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선왕산(仙王山) 산정에 올라 기우제를 지내 비를 내리게 해주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민중들에게 선인(仙人)으로 추앙받던 최치원의 권능이 잘 나타나 있다.

우이도 진리 마을에는 선인 최치원의 놀라운 권능을 더욱 실감 있게 묘사한 설화가 전해진다. 그 내용은 대개 이러하다.

“신라 말에 최치원이 중국으로 건너가던 중에 우이도 진리마을에 도착했다. 때 마침 우이도에는 가뭄이 극심하였는데 주민들은 선생에게 비를 내려주도록 간청했다.

선생은 즉시 북해 용왕을 불러서 비를 내리도록 명하였으나 옥황상제의 명령이 없어서 마음대로 비를 내릴 수 없다고 하며 주저하였다.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겠노라고 채근하자, 용왕은 하는 수 없이 비를 내렸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옥황상제가 용왕을 잡아죽이라고 명하자, 선생은 용왕을 도마뱀으로 변신시켜 자신의 무릎 밑에 감추어 죽음을 면하게 했다.”

최치원은 신라 하대 최고의 학자로 동아시아에 문명을 날렸을 뿐 아니라 민중들에게 선인(仙人)으로 추앙받았던 인물이다. 그런 만큼 그와 관련한 설화는 전국 각지에 남아 전한다. 해남과 비금도와 우이도에 전하는 최치원 설화는 그가 12세의 나이에 당에 유학을 간 역사적 사실과 고대 한·중 항로의 흔적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