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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BS TV 드라마 '대조영'의 인기가 상승되면서 '발해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큰 영토를 이루었던 발해는 역설적이게도 우리에게 가장 미지의 나라로 남아 있다.

발해 인들의 활동지역이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곳과 다르고, 그들이 남긴 기록이 없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더 중요한 원인은 발해에 대한 우리의 편견이나 도외시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삼국사기' 는 신라 중심주의의 편견에서 발해사를 무시해버렸으며, 신라의 삼국통일로 북방의 발해는 우리의 역사에서 점점 멀어졌다. 또한 일제 강점기에는 고구려사와 더불어 발해사가 만주사의 일부로 변조되는 수난을 겪었다.

하지만 고려시대 '삼국유사' '제왕운기' 에는 적게나마 발해에 대해 기술되어 있고, 조선 후기 실학자 '유득공'은 '발해고'에서 신라와 발해를 ‘남북국’이라고 서술함으로써 삼국시대에 이어 ‘남북국 시대’를 우리 역사에 처음으로 설정하였다.

다산 정약용도 '아방강역고' 와 '발해고' 에서 발해를 우리 민족사의 구성원으로 자리 매김 했다.

▶민족감정에 기반한 흥분보다 냉철한 학문적 접근이 필요한 때

최근 들어 고구려·발해가 우리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중국에서 2002년에 시작된 관변 주도의 ‘동북공정’을 통해 발해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사태에서 비롯되었다.

또한 발해 유적의 유네스코 단독 등재 같은 발해사의 완전 변조를 꾀하는 모종의 계략이 우리의 민족 감정을 자극하여, 국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감정적 흥분을 하고 있으나, 이를 계기로 우리의 발해사에 대한 관심을 반성하며, 학술적으로 발해사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은 발해를 당나라의 변방 소수민족인 말갈이 세운 지방정권이라고 주장하며, 러시아는 발해를 당나라와는 무관하게 말갈족이 세운 극동의 첫 독립국가라고 보고있다.

일본 학계에서는 발해가 독립국가이기는 하나 지배층은 고구려 유민이며 피지배층은 말갈이라는 이중 구조설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중국은 이른바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이란 이론적 지침 아래 1970년대부터 발해가 당나라에 신속된 지방정권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어 본격적인 정지작업을 해오다가 ‘동북공정’을 통해 이를 굳히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일환으로 발해 유적지에 철의 장막을 쳐놓고 외부인, 특히 한국인들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이렇듯 고구려가 멸망하고, 그 후예들이 '동명천제단' 을 시작으로 한'해동성국' 발해는 오늘까지도 그 수난의 역사를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엄격히 '발해국'은 대조영이라는 고구려 사람이 세운 독립국가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1990년 출판된 '발해 발해인' 에서 발해사가 고구려 유민의 역사임을 발해 유민의 생활 모습을 통해 명백히 부각시킨 바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는 “우리나라 선비들이 신라 9주안에서 태어나 그 바깥의 일에 대해서는 눈과 귀를 틀어막아 버리니…… 어찌 발해의 역사를 알 수 있겠는가”라고 개탄하였다. 오늘의 우리 역시 아직도 이러한 개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장차 이 문제의 해결 여부는 우리의 노력에 달려 있다. 이 책은 그 노력의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