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물질문명 사회에서 지나친 경제적 능률을 추구한 나머지 이기적인 자기중심의 가치관이 지배하여 각종 사회 문제가 심화되어 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교육의 문제로 바라보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의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될 때라야 교육의 고질적인 병폐도 함께 해결될 수 있다. 우선적으로 우리는 교육계에서 잃어버렸던 仁의 정신을 회복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논어의 ‘里仁’ 편에는 “오로지 어진 사람만이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동안의 교육 개혁의 논리는 이러한 인의 정신에서는 크게 어긋났다고 할 수 있다. 눈앞에 보이는 성적이나 물질적 현실 논리에 급급하여 교육의 근본을 팽개치고 문제풀이 위주의 학원식 교육 방법을 장려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도무지 합리적인 철학을 바탕으로 한 교육의 정도가 틈입할 여지가 없다. 그동안의 개혁논리는 교사를 개혁의 피고인으로 세워 놓고, 교육을 점진적인 개선의 대상이 아닌 박탈과 신문의 대상으로 다룬 감이 없지 않다. 교육의 실천은 교사가 서 있는 교단에서 이루어진다. 무엇보다도 먼저 교육의 주체인 교사들에게 교권을 돌려주고 사기를 진작시켜 인을 바탕으로 한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우리 교육의 회복을 위해서는 和의 정신이 필요하다. 질서와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는 것이 和의 정신이다. 현대는 불안과 불확실성의 시대다. 경제발전과 과학·정보의 발달 속에 생산성과 능률만을 강조하다 보면 인성이 경시되고 정 없는 인간소외의 세상이 되기 쉽다. 우리 정신문화의 토대를 이루고 있는 유교에서, 화합과 화목을 최고의 기치로 삼는 和而不同의 사상은 직면하는 교육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이다. 이러한 화합의 정신은 상대방 처지에서 생각하려는 아량과 이해심이 있어야 하고, 다 같이 공존공영하려는 분별심이 있어야 하며, 최선의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참고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조화의 정신은 교육조직에서 업무와 구성원 계층 간의 조화와 균형 있는 발전을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학교 사회에서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부모, 교사와 학생, 교사와 교육행정가, 학부모와 교육행정가 간에 조화와 균형을 이룰 때 교직 안정과 정책의 지속성이 이루어 질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仁과 和의 교육은 결국, 기초기본 교육을 강조하는 풍토 위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임시 처방적 교육은 절대 교육의 정도가 아니다. 예를 들면, 소년체전 입상이 체육지도자의 과제가 된다면, 기본기를 가르치는 시간보다 우선적으로 필요한 경기 요령을 가르치는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교육 방식은 당장에는 효과가 나타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 선수를 대선수로 키워내지 못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좋은 대학 입학보다는 사회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는 전인적인 인간 양성에 두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에서도 학벌보다는 인간의 품성과 자질을 따져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 교육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역사 창조를 위한 교육 발전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인화를 바탕으로 한 기초기본 교육의 정립에 힘써야 할 때이다. 우리교육사의 흐름이 되어 온 인본주의적 교육 전통을 다시한번 점검하고 실천해야 할 때가 찾아온 것이다. 이정재 <전 광주교육대학교 총장>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이 기사는 파인뉴스(http://www.xn--vg1b002a5sdzq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파인뉴스.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