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억 벌고도 세금 한푼 안낸 변호사
입력시간 : 2007. 11.16. 00:16확대축소


지금 도하 언론에서는 검찰청 특수부 출신으로 삼성그룹의 법무팀장으로 재직했던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그룹의 비리를 폭로한 사건으로 떠들썩하다. 변호사란 흔히 민?형사 등의 재판과정에서 소송당사자를 대리하여 그 업무를 수행하는 법률가로 정의되고 있지만, 사회 일각에서는 ‘칼 들지 않는 도둑놈’, 또는 ‘국가로부터 허가 받은 도둑놈’으로도 불리고 있으니 어느 쪽이 더 정확한지 필자로서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런데 얼마 전 언론에서는 서울의 한 변호사가 어떤 종중(宗中)의 부동산 사건을 수임하여 소송을 진행하면서 이른바 ‘성공보수’의 약정에 따라 종중으로부터 80억에 이르는 거금의 보수를 받고도 한 푼의 세금을 내지 않게 된 내용을 보도하여 시민들의 관심을 끌게 하였다.

물론 언론의 보도에는 그 변호사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요지도 함께 실려 있었지만 그러한 구체적 내용까지를 이해하는 시민들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다만 시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토록 거금을 벌고서도 세금을 내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과 함께 명색이 변호사가 관련 법규의 허점을 이용하여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하여 소송의 방법을 선택하였고, 판사 또한 형식논리에 따라 그 변호사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도대체 80억 원이 어떠한 돈인가.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설혹 누군가가 그 돈을 준다고 할지라도 아마도 세지도 못하고 죽을 돈이 아닌가. 그만한 거금을 벌고서도 법망을 피해 세금을 내지 않겠다는 마음을 가진 자가 우리 사회에서 변호사로서 활개치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1776년 미국의 독립전쟁이 어떻게 하여 발발하였는지 역사를 통해 잘 기억하고 있다. 당시 영국의 잔학한 통치를 피해 신대륙으로 이주한 이른바 ‘이주자’들은 영국정부가 그들의 대표가 참여하지 않는 가운데 결정된 과중한 세금을 부과하자 ‘대표 없는 과세 없다’는 기치 아래 독립전쟁을 개시하였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세금과 관련되어 제기되어 온 중요한 인식 가운데 하나가 다름 아닌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이 공정하게 지켜질 때만이 이른바 ‘조세정의’는 실현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곧 국민통합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언론의 보도를 접하면서 세무당국은 무엇 때문에 5년이라는 과세 시효를 넘김으로써 그 변호사로 하여금 법망을 피해갈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시민들 대부분이 우리사회의 조세정의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더욱이 최근에는 국세행정의 최고사령탑인 국세청장이 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국세행정 전반이 불신 받는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난맥상을 지켜 본 시민들이 세무당국이 그 변호사가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 가능하도록 업무를 해태(懈怠)하고 있다가 면책을 위해 소송을 제기하고 결국은 패소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닐 것이다.

어떻든 우리사회에서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대원칙이 지켜짐으로서 더 이상 봉급생활자 등 소시민들의 상실감이 커지지 않았으면 한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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