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태 개인전- 구도求道의 여정旅程
입력시간 : 2007. 11.29. 00:00확대축소


전시기간 : 2007년 11월 29일 (목) ~ 12월 9일 (일)

전시내용 :

한국 조각계의 원로작가 최종태씨의 근작전이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립니다.

인간의 정신적 생명의 가장 온전한 모습을 형상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조각가 최종태씨는 <구도의 여정>이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를 통해, 인체 형상의 브론즈, 돌조각, 목조각 20여 점과 더불어 수채화, 묵화, 파스텔화 등의 회화 60여 점을 선보입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근래 들어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수채화와 채색 목조각이 출품됩니다. 이들을 통해, 형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색을 통해 응집된 내면의 풍경을 표출하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만나볼 수 있겠습니다.

한국 추상조각의 거장 김종영의 가르침을 받은 최종태씨는 추상조각이 주류를 형성했던 20세기 후반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 화단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합니다. 여인, 소녀가 주를 이루는 인물이라는 소재 안에서 입상, 좌상, 두상, 손과 같이 극히 제한된 유형의 상들을 절제된 방식으로 재현하는 작가는 59년 27세의 나이로 국전에 처음 입선한 이래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은 자세로 끝없이 정신성의 온전한 형상화를 위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70년대의 형식주의 논쟁, 80년대 민중미술과 사회참여논쟁, 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논쟁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 별로 국내외 화단의 주요 이슈가 되었던 이야깃거리들과 거리를 둔 채 그는 인물상과 종교 조각에 외곬으로 매달려 왔습니다. 삶의 진정성을 찾아나가는 구도자와도 같이 강하고 진중한 자세를 바탕으로 오늘날 구상조각의 가장 중요한 작가이자, 스승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유행과도 같은 시대적 흐름을 선도해가는 작가는 아니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조각의 근본문제인 ‘형상’과 ‘정신’에 대한 치열하고도 지속적인 고민의 과정은 오늘날의 조각계가 형성되고, 유지되어 올 수 있었던 근간이 되었습니다.

“그 형태는 인체일지 모르겠으나, 내용은 인간의 문제를 다룬다”는 작가의 말처럼, 최종태씨는 인간의 존재와, 살아가는 자연에 대한 관심을 원동력으로 하여 작업을 전개해 나갑니다. 인간임을 드러내는 얼굴표정과 손동작을 다듬기 위해 긴 사색과 습작의 시간을 보내고, 손동작 하나하나가 특정 의미를 직설적으로 전달하지는 않지만, 인간의 생명성, 정신성을 담아 표출하는 통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작가는 인체가 인간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가장 자연스러운 자세를 만들기 위해 손의 위치와 표정에 신경을 씁니다. 이번 전시에서 최종태씨는 진리를 찾아나서는 구도자로서, 그러나, 결코 목적지에 온전히 도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한 인간으로서, 기도하는 손으로 인간 내면의 복잡한 세계를 형상화합니다. 작가는 예술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근원을 찾아나가는 방편으로 예술을 적극적으로 받아 안았습니다. 그리고 끊임없는 사색을 통해 정신성을 담고 있는 그만의 형태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최종태씨는 자연과 기교, 물질과 정신, 형태와 의미 사이의 관계 속에서 완벽한 균형을 추구하며 형상을 만들어갑니다. 그러나, 그는 그 균형의 지점을, 생명의 근간을, 정신성을, 그리고 그가 절대 포기하지 않는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을 완벽하게 형상화는 것이 영원히 이룰 수 없는, 불가능한 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결국 그에게 예술이란 구도를 위한 방편이지 목표는 아닌 것입니다.

소란스럽고, 가벼운 몸놀림이 지배적인 오늘의 미술계에서 그와 반대의 길을 걸어온 한 조각가의 작품세계는, 우리에게 예술 본연의 목적을 되새겨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제공합니다. 예술이라는 틀을 통해 겸허한 자세로 삶의 진실된 모습을 찾아나가는 작가가 보여주는 구도의 여정을 따라 시끄러운 마음을 잔잔하게 진정시키고 정화하는 시간을 가지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동서고금의 조각 연구로 습득한 조형원리를 기반으로, 모든 종교를 아우르는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작가의 크고 깊은 작품세계를 통해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겠습니다.

최종태씨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공주교육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서울대학교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는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서울대 명예교수, 김종영 미술관 관장, 장욱진 미술문화재단 이사, 유영국 미술문화재단 이사, 이동훈 미술상 운영위원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주요저서로 『예술가와 역사의식』, 『형태를 찾아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만들고 싶다』, 『회상, 나의 스승 김종영』, 『나의 미술, 아름다움을 향한 사색(예술이야기)』등이 있습니다.



최정이 기자 choijungyee@hanmail.net        최정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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