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동량의 기를 살리는 교육여건 조성
입력시간 : 2008. 02.12. 00:00확대축소


교사라면 누구나 조그만 소망과 이상을 갖고 산다. 아름다운 정원과 넓은 휴식공간이 있는 집에서 정이 넘치는 다정한 이웃과 함께 생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이런 소망이 이루어지면서 열심히 일하고, 성실하게 생활하면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고, 승진을 하며, 젊은 날에 투자한 땀의 대가로 정년 후에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산책이나 등산, 여행을 즐기며, 젊은이들에게 덕담을 나누는 멋진 선배 교육자로서 남고 싶은 것이 나의 이상이다.

이런 나의 이상이 실현될 수 있는 사회는 어떠한가? 건전한 사회에서는 신뢰와 믿음이 있는 건전한 인간관계로 가족적인 사회분위기를 만들어 간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그런 희망적인 기대를 갖기 어려운 여건으로 치닫고 있다. 바로 우리 사회에 만연되고 있는 청소년들의 일탈행위가 그것이다.

일탈적 청소년들의 형태는 기성세대들에게 거부감을 주며, 그 수용범위를 넘어서 두려운 존재로 부각되기도 한다. 특히 이들은 폭력문화에 쉽게 빠져들어 학교폭력은 물론 금품갈취, 성취행 등을 일삼고 도덕의식의 부재로 청소년 건강에 유해한 PC방이나 오락실의 출입을 밥먹듯이 일삼고 있다. 불굴의 의지와 정성어린 땀으로 이룩한 OECD국가의 위상이 허물어지고 미래를 짊어져야 할 청소년의 기대상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청소년의 문제는 정치가나 고급 공무원들의 비도덕적 행위에 기인한다. 부패 정치가들은 많은 부정 사건에 개입되어 있고, 국민들에게 본이 되지 못하는 행위가 언론매체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짐에 따라 청소년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으며, 그들에게 이상적인 가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한 청소년은 어릴 적에 결정된다. 청소년이 동량재라면 어린이는 동량재가 될 꽃눈이요, 새싹이요. 바람직한 인간을 겨냥하는 교육은 결국 초등교육에서 기반이 조성된다.

학년 진급이 될수록 지식전달중심이요, 취업을 위한 교육이 될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초등교육의 중요성을 재론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초등학교의 교육여건은 동량재를 길러내는 데 충분하지 않다. 우선, 학생들에게 적합한 책걸상부터 바꿔주어야 한다.

전통적인 책걸상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채 다양한 체험학습과 학습활동을 하는데 장애가 되고, 오랜 시간동안 인체 공학적으로 적합하다고 볼 수 없는 나무의자가 아직도 주를 이룬다. 체육시간에 어린아이들의 건강을 위한 시설과 체육기구가 태부족하며, 있다하더라도 많은 수가 이용하다 보니 낡고 헐어 언제든 안전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다.

그나마 이런 시설이라도 있는 학교는 다행이다. 학교강당이 세워지다보니 학생들이 100미터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운동장이 없어진다. 대각선으로 달려도 100미터가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학생의 흥미에 맞는 제대로 된 운동시설도 찾아보기 어렵다.

학생들의 화장실 실태는 더욱 심각하다. 아직도 재래식 화장실이 있는 학교가 있으며, 수세식일지라도 가정에서 사용하는 기구와 다르다 보니 학교에서 화장실 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참아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공원에 있는 화장실이 학교 것보다 훨씬 선진적이라는 말을 들을 때 교육자로서 한숨이 절로 나온다.

요즘을 정보화시대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초등학교 학생들을 위한 컴퓨터 시설은 얼마나 정보화를 이루고 있는지 반문해보고 싶다.

특별한 연구학교나 시범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의 컴퓨터 시설은 기종이 낡았거나 그때그때마다 개보수를 할 수 있는 재정지원이 뒤따르지 않아 학생들 사용에 불편함을 야기한다. 또한 학교 형편상 정보화를 이룰 수 없는 경우, 초창기 정보화 사업은 주로 이런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업자를 선정하여 컴퓨터를 학교에 공급하게 하고 그 비용을 학생 특기·적성 시간을 통해 환원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어 정말 학생들의 욕구와 기대에 부응되는 정보화 사업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많았다.

교육정책가들은 미래를 내다보면서 변화하는 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 선도적 학교 여건이나 환경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

이제 우리는 교육재정을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우선 투자하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미래의 동량들의 기를 살리고 교육 여건을 개선해 맘껏 꿈과 비전을 갖고 학교생활의 즐거움을 맛보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정재 <전 광주교육대학교 총장>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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