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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과 선전(深천<土+川>), 싱가포르에 대형 한국 음식점 6곳을 운영하고 있는 서라벌(新羅寶) 신홍우 사장은 요즘 중국에서 한창 ‘군것질 장사’에 빠져 있다.

신 사장은 최근 지난해 개통된 선전내 서부통도(西部通道) 입출경관리소 옆 쇼핑몰에 ‘카페 신라(新羅園)’라는 조그만 한국형 가두점포를 차렸다.

붕어빵, 떡볶이,호떡, 라면이 주 품목.

처음엔 한국식 군것질에 미덥지 못해 하던 중국인들의 반응은 맛을 본 뒤론 금세 열기로 바뀌었다.

중국 손님들은 매운 떡볶이에도 열광했고 호떡이 한국내 화교들에게서 유래된 것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새로운 맛에 신기해했다.

신 사장은 중국에서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보자 요즘 식당 경영은 잠시 미뤄둔 채 직원 한명과 함께 몸소 식자재를 바리바리 싸들고 선전에 오가고 있다.

한국에서 홍콩을 거쳐 정식으로 식자재를 수입하려면 중국의 통관절차가 너무 까다롭고 중국내에 이런 식자재를 공급해줄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과 홍콩에서 일본식 패스트푸드의 성공을 눈여겨봤던 신 사장은 1년여간의 연구와 조사 끝에 한국식 군것질도 중국에서 먹힐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시장 개척에 나섰다.

신 사장은 “붕어빵 하나에 2위안(260원)밖에 하지 않아 아직 수지를 맞출 정도는 아니다”면서도 “시험삼아 열어본 가게의 반응이 너무 좋아 선전내에 점포를 더 늘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까다로워진 노사 규정과 치솟는 임금, 끊임없는 환경규제, 기업소득세 인상, 증치세(부가가치세) 환급률 감소, 환차손, 원자재값 상승 등 전방위에 걸쳐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사업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게다가 까다로운 청산 절차로 인해 중국에서 ‘비정상적인 철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과감한 내수시장 개척과 치밀한 현지화 전략 등을 통해 ‘차이나 드림’을 실현해가는 기업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광둥성 일대의 외자기업은 기술력과 자금력의 부족으로 문을 닫거나 도산을 앞둔 30%의 기업과 생존에 급급한 채 버텨 나가는 30∼40%의 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앞서나가는 20∼30%의 기업 등 세 부류로 나뉜다.

이들 선도기업은 아무리 중국내 상황이 어렵다 하더라도 한국경제가 활로를 찾아야 할 곳은 결국 중국 밖에 없다는 일치된 의견을 내놓으면서 중국의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른 업종보다 비용압박이 훨씬 심각한 핸드백 제조업 분야의 시몬느도 오히려 이런 공세적 전략으로 상황을 타개하는 선도기업이다.

중국 광저우(廣州)시 판위구에 위치한 시몬느 공장은 우선 부지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공원 같은 녹지가 눈에 띈다.

이곳 공장에 직원 6천명을 두고 시몬느는 루이뷔통, 버버리, DKNY, 코치 등 세계적 명품 기업들에게 핸드백을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납품, 지난해 연간 매출 3억달러를 돌파했다.

주변의 대만, 홍콩 봉제기업들이 잇따라 문을 닫는 가운데에서도 승승장구하는 비결에 대해 박은관 회장은 중국 직원들에 대한 교육 강화를 첫 손으로 꼽았다.

박 회장은 “올해들어 제조비용 부담이 45∼50% 늘어났다”면서 “5년 전, 10년 전보다 임금이나 근무여건이 좋아졌다는 점을 직원들에게 인식시키고 상황이 변한 만큼 직원들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내.외부 강사를 초빙해 이들 직원에게 핸드백의 소비유통 절차와 시장의 구조를 설명하면서 왜 생산성을 높여야 되는지를 강조하고 있다”며 “직원들의 집중력 향상으로 생산성이 20% 올랐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둥(廣東)에 진출한 외자기업은 춘제(春節.설)를 전후해 절반 가량의 직원들이빠져나가고 직원들을 재모집하는 과정을 연례행사처럼 겪고 있지만 시몬느의 인력 유실률은 5%밖에 되지 않는다.

광둥성의 최우수 모범공장으로 선정되기도 한 시몬느 판위공장은 중국인 직원들에 대한 복지 개선과 배려, 상담, 여가활용을 강화하는 한편으로 생산의 주역인 직원들에게 업무자세의 변화와 자기 발전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시몬느 같은 선도기업들의 경우 중국의 사업환경 악화로 늘어난 부담의 60%는 대체로 시장에서 해결해주고 있다고 박 회장은 전했다.

납품받는 기업들이 중국의 상황악화를 이해하고 대금을 올려주는 것이다.

박 회장은 “그러나 나머지 40% 부담은 기업이 해결해야 한다”며 “영업, 구매, 검수 등 전방위에서 비용 손실을 줄이고 경비를 절감하는 한편 경영혁신을 통해 자체 경쟁력을 제고하는 노력이 함께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올해를 전후한 2∼3년이 과거 10년간의 변화보다 더 극심할 것”이라며 “중국이 올림픽을 계기로 산업구조를 개편하려 하고 있고 이는 막을 수 없는 대세”라고 단언했다.

박종식 코트라 광저우무역관장도 “이제 중국은 한국경제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며 “중국의 상황이 거스를수 없는 대세인만큼 한국기업들도 체질을 개선하고 내수시장을 개척하고 해외판로를 뚫는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둥관(東莞)시 탕샤(塘廈)진에서 오디오 등 전자부품 임가공업체 화성전자를 운영하는 서홍렬 사장은 “우리같은 영세기업은 사실 거래선 다변화나 내수시장 개척은엄두를 낼 수 없는 처지”라고 실토했다.

서 사장은 하지만 현지화 전략으로 어려움을 극복해나가고 있다.

직원 300명 가운데 한국인은 서 사장 하나 뿐이다.

실질적인 관리와 생산을 맡은 이들 직원은 알아서 목표를 정하고 생산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서 사장은 전했다.

악화된 상황에 맞춰 공장 가동 규모와 조직도 줄이고 일반 관리비, 전기요금 등 고정비용을 줄이는 것도 물론 현지 직원들의 몫이다.

서 사장은 “기업의 이윤추구 속성은 어쩔 수 없겠지만 한국 대기업들은 중국에 동반 진출했다 어려움에 처한 중소 거래업체들의 곤경을 함께 나누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둥관에서 직원 250명을 데리고 전자업체를 운영하는 이재화 삼정전자 사장도 “작년보다 비용부담이 20∼30% 늘어난 만큼 낭비적 요소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면서부가가치를 올리는 게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이 사장은 “중국 직원들과 어려운 상황에 대한 공감대를 나누면서 신뢰를 쌓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