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석 시인의 시사 칼럼
성공한 대통령을 보고싶다
입력시간 : 2008. 06.12. 00:00확대축소


바보는 때때로 어려운 것을 쉽게 생각해서 실패하고 현명한 자는 때때로 쉬운 것을 어렵게 생각해서 실패했다.

한데 정치에서나 회사조직 또는 사업에 있어서 성공비결은 모두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자기의 입장과 동시에 타인의 입장에서 사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런데 과거 성공한 국왕들의 공통점은 어렵게 즉위했다는 점이다. 예문관 대제학 변계량(卞季良)이 찬한 태종의 신도비문은 “태종이 정사(定社:왕자의 난)할 때에 형제가 심히 외롭고 위태로웠다”고 적고 있는데, 태종은 수많은 정변을 치른 후에야 즉위할 수 있었다.

이런 태종에게 아무 어려움 없이 세자가 된 양녕의 처신은 미흡했다. 태종은 재위18년 6월3일 ‘충녕대군은 몹시 추운 때나 더운 때도 밤새 글을 읽는다’며 충령을 세자로 선택했다.

요즘 TV에서 보는 사극 ‘대왕세종’에서 보듯, 사냥을 좋아했던 양녕과 달리 새 왕조의 기틀을 잡는데는 충녕의 학문이 필요하다고 본 것인데, 3자(子)라는 불리한 상황을 뚫고 즉위한 세종은 과연 새 왕조를 반석 위에 올려놨다.

그런데 현대사에서 보는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은 4·19혁명으로 망명했다 사망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5·16군사혁명의 주역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장기집권 중 정보부장 김재규에게 시해당했다. 5·18광주항쟁을 몰고 온 전두환 전 대통령은 옥살이를 했다. 독재와 싸우다 천당과 지옥을 넘나들다 권력을 잡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은 성공한 대통령일까 실패한 대통령일까.

훗날 사가들이 자세히 평가를 하겠지만 역사를 보면 권력을 쥔 당파·당색에 따라 평가가 다르고, 후손들의 힘에 따라서도 평가가 달라 있기도 하다. 사도세자를 죽인 노론 벽파는 ‘죄인의 아들은 임금이 될 수 없다’는 ‘팔자흉언(八字凶言)’을 조직적으로 유포시키며 세손(世孫:정조)의 즉위를 방해하기도 했다. 영조가 대신들에게 ‘세손에게 당파와 나랏일과 병조·이조판서를 누가 할 수 있는지 가르치고 싶다’고 말하자 혜경궁 홍씨의 숙부 홍인한은 ‘동궁은 당파를 알 필요가 없고, 이조·병조판서를 누가 할 수 있는지 알 필요가 없으며, 나랏일은 더욱 알 필요가 없습니다.(‘영조실록 51년 11월 20일’)라고 반박했다. 한 마디로 세손은 왕이 될 수 없다는 말이었다.

이런 어려움을 뚫고 즉위한 정조는 조광조 등을 등용시켜 미래지향적 개혁정치로 조선 후기 최대의 성공한 군주가 되었다.

어렵게 즉위했다고 모두 성공한 국왕이 되는 것은 틈求. 임란 후 선조는 광해군이 문안하면, “앞으로 문안하지 말라”고 꾸짖었고, 세자 광해군은 “피를 토했다”고 ‘당의통략’은 전한다. 어렵게 즉위한 광해군은 외교 방면에서는 탁월한 업적을 남겼으나 자신을 지지했던 소수당파 대북(大北)에만 의지해 정국을 운영하다가 거대 당파 서인과 남인이 연합으로 일으킨 인조반정을 만났다. 이명박 대통령이 새겨야 할 일이다.

날이 갈수록 민심의 바닥에 격랑이 심하다. 그렇게도 자신만만하게 출발한 이명박 대통령은 어렵게 출발한 노무현 전임 대통령보다 훨씬 더 빨리, 훨씬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취임 1년이 넘어 탄핵의 위기에 처해진 반면,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 잔치도 못했다. 이토록 일찍 빈사 상태에 빠진 까닭은 무엇인가. 촛불은 왜 한달이 넘도록 탄데 못 끄는가.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국민의 요구대로 재협상, 촛불을 꺼야한다.

슬쩍 넘기려 단 자살자가 속출하고 있는 민생폭탄까지 터지게 된다. 그러면 실패한 대통령이 된다. 속히 성공의 길을 선택하라.

고운석 <시인. 남구발전협의회장>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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