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교수의 웰빙칼럼- 갯장어
최고의 스테미너식- 갯장어
입력시간 : 2008. 07.19. 00:00확대축소


장마와 더위, 땀흘림으로 체력이 소모되고, 지쳐서 입맛을 잃게 되는 여름철에는 어느 계절보다도 잘 먹어야 한다. 옛 문인은 ‘여름비는 기결수에 내리는 사면장 같다’ 했다. 무더위를 식혀줄 한줄기 소낙비의 청량감을 말할 것이다.

더위와 땀 흘림으로 체력이 소모되고, 입맛을 잃게 되는 여름철. 기력을 ‘팍팍 ’돋궈주는 음식으로는 장어가 으뜸이다. 담백한 하얀 속살에 고소한 기름이 잘잘 흐르는 장어는 예전부터 국이나 백숙을 하여 보신음식으로 먹곤 하였다.

뱀장어, 붕장어, 갯장어 같은 장어류 물고기들의 주성분은 단백질과 지방인데 비타민A, B군 무기질, 타우린도 풍부하다. 항암, 시력향상에 효과가 탁월한 비타민 A가 쇠고기의 200배나 되고 혈관에 활력을 주고 노화방지에 효능이 있는 비타민 E도 풍부한 미용식이다. 고칼로리이나 불포화 지방산이므로 고혈압 등의 성인병 예방이나 허약 체질의 원기회복에 이를 능가할 식품이 없다.

성인의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 A의 양은 뱀장어로 환산하면 100g에 해당하며, 이를 계란과 우유와 비교하면 10개의 계란과 5리터의 우유와 맞먹는 것이다.

장어의 알에서 태어난 치어는 1~3년가량 바다에서 살다가 민물로 올라와서 자란다. 20여종의 장어 중에서 육질이 쫀득쫀득하고 고소한 풍천장어를 으뜸으로 친다.

풍천( 風川)은 지명이 아니라 ‘바람이 불어오는 강하구’를 뜻한다. 바닷물이 들어올 때 육지로 바람을 몰고 오기 때문에 붙인 이름으로 급한 물살에서 사는 살이 쫀득탱탱한 민물장어라는 뜻이다. 배가 노르스름한 황만(黃鰻)을 최고로 치는데 기름기가 많지만 감칠맛 있다.

흔히 ‘ 꼼장어’로 불리는 바다의 붕장어 와 민물의 장어(뱀장어)를 같은 것으로 아는데 전혀 다르다. 뱀장어는 민물과 바다를 왕래하며 살아가는 반면, 붕장어는 일생을 바다에서 보낸다. 붕장어는 우리가 흔히 ‘아나고’ 라고 부르는데 낮 동안은 모래 속에 몸을 숨기고 지내다가 밤이 되면 새우나 게, 물고기등을 각치는 대로 잡이먹어 ‘ 바다의 갱’이라고 불기기도 한다.

‘ 하모도 한철’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갯장어( 참장어)는 ‘하모’라 하며,여름철에 맛있고 특히 일본인들이 즐긴다. 갯장어는 가까운 연안의 모래 진흙바닥과 암초사이에 사는데 잔뼈가 많으며 바위가 많은 곳을 더 좋아한다. 장어는 한번에 무려 1천만개의 알을 낳는데 산락기가 되면 적동색(赤銅色)의 결혼색이 나타나고 알을 낳고 나면 그 자리에서 일생을 마친다.

장어는 예전부터 최고의 여름철 보양식품이라 하여 복날 즈음에 많이 먹는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중국, 일본, 유럽에서도 보신음식으로 즐겨 먹는데 1,200여년 전의 일본 고전인 <만엽집(萬葉集) >에는 “여름 더위에 지친 몸에 장어가 좋다.”하였고, 중국의 <계신록(稽神錄)>에는 신약(神藥)인 장어에 대한 일화가 나온다. “과촌이란 곳에서 한 어부의 아내가 돌림병을 얻었는데 무섭게 전염되어 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그래서 병자가 생기면 죽기 전에 관에 담아 강물에 떠내려 보냈는데 하류에서 어부들의 그물에 걸리니 병자를 어막에 뉘어두고 장어 고기를 먹였더니 병이 나았다”고 한다.

유럽에서도 장어는 인기가 높아 독일 사람들은 여름에 별식으로 ‘ 아르스페’라는 것을 먹는데 장어국 비슷한 음식이다. 영국노동자들도 여름철 스테미너 음식으로 냉동 장어젤리를 즐겨 찾고, 프랑스와 덴마크에서는 샌드위치 속에 장어를 넣어 먹는다. 미국에서는 잘 먹지 않는다.

‘장어백숙(장어곰)’은 스테미너 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여색(女色)을 밝히는 것으로 악명 높은 폭군 연산군의 보신식도 장어백숙이었다. 장어백숙은 조리법은 간단해도 효과는 졸부들이 즐겨 찾는 ‘곰발바닥요리’ 보다 확실하다고 한다. 만들기도 간단하다. 장어의 껍질을 벗겨서 통마늘과 함께 은근한 불로 서너 시간 푹 끓여 국물을 마시는데 간은 소금으로만 한다.

+장어는 영양가가 높은 건강식품이지만 성질이 차고 소화가 잘 안되므로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장어와 복숭아는 함께 먹으면 좋지 않은 식품.함께 먹으면 자칫 설사를 일으키기 쉽다는 것도 기억해두자.

김정숙 교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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