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인박사·윤선도 등 발자취
고산을 만날까 소치를 뵐까
유적지·유물전시 관람…역사공부 ‘덤’
입력시간 : 2008. 08.10. 00:00확대축소


예부터 학자들의 사랑방은 사교뿐 아니라 폭넓은 문화교류의 장이 되었다.

문화를 사랑하는 호남에는 이런 문화 사랑방을 운영하는 대가가 많았다고 하니 문화를 선도해가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백제의 왕인박사, 조선의 고산 윤선도와 소치 허련 등 남도문화 선구자들의 발길을 따라 8월 여행을 떠나보자.

◆백제 문화를 일본에 전한 곳, 영암

전남 영암은 일찍부터 외국과 교류하던 고대 무역도시다. 해마다 봄이면 ‘축제의 도시 영암’이 된다. 축제의 주인공은 백제의 화려한 문화를 일본에 전한 왕인박사다.

봄이 되면 영암군 군서면 동구림리 문필봉 기슭 왕인박사유적지는 인파로 붐빈다. 일본 응신천황의 초청을 받은 백제 왕인박사가 천자문과 논어, 도공·야공·직조공 등 기술자들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간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암왕인문화축제(www.wangin.org)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일본인에게 글·학문·문화를 전수해 아스카문화와 나라문화의 기초를 만든 왕인박사를 위한 추모제를 비롯해 왕인 천자문 떡, 고대 국제항구인 상대포에서 뗏목타기 등 왕인박사의 발자취가 담긴 행사가 열린다. 유적기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관람료는 어른 1000원, 청소년 800원, 어린이 500원. 주차료는 소형 기준 1500원.

해발 809m의 월출산은 영암군 영암읍과 강진군 성전면의 경계에 있는 무등산 줄기의 산이다. 천황봉을 주봉으로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도갑사·무위사 등 사찰과 월출산 마애여래좌상(국보 제144호) 등 유적이 많다.

◆온 가족의 역사 공부, 고산 윤선도

해남군 해남읍 연동리 고산 윤선도의 녹우당은 호남 문화인들로 늘 북적였다고 한다. 녹우당은 효종이 윤선도를 위해 수원에 지어준 집의 일부를 뜯어 옮겨 지은 것으로 지금의 사랑채를 말한다.

전라남도에 남아 있는 민가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집으로, 지금은, 집 전체를 통틀어 녹우당이라 부른다. 집 뒤편 담장 너머로 제각인 추원당이 있고, 집 안쪽에 잘 가꿔놓은 작은 연못과 정원이 있다.

입구에는 약 500년 된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있어 가을풍경을 아름답게 하고, 뒤편 덕음산의 천연기념물 제241호 비자나무숲은 사철 온 집안을 싱그럽게 한다. 이곳에는 윤선도와 그의 손자인 윤두서 관련 유물 4600여 점을 중점 전시하고 있는 고산유물관이 있다.

국보 제240호인 윤두서 자화상, 보물 제481호인 해남윤씨 가전고화첩, 보물 제482호 윤고산 수적관계문서 등이 대표 유물이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이고, 유적지 입장료는 어른 1000원, 청소년은 700원.

◆남종화의 성지, 진도

구성진 가락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기도 흔들어놓기도 하는 진도아리랑과 충심을 지닌 진돗개의 고장 진도는 자연을 화폭에 옮겨놓는 남종화의 본향이다.

‘진도에 가서 글씨·그림·노래 자랑하지 마라’는 말이 전해질 정도. ‘허씨들은 빗자루 몽둥이만 들어도 명필이 나온다’는 말은 5대째 화가를 배출하고 있는 운림산방의 양천 허씨 일가를 이르는 말이다.

1대는 소치 허련, 2대는 미산 허형, 3대는 남농 허건과 그 동생인 임인 허림, 4대는 임인의 아들인 임전 허문, 5대는 남농의 손자인 허진이다.

운림산방 남종화풍을 만든 소치 허련은 녹우당, 대둔사의 초의선사, 추사 김정희를 스승으로 모시고 공부했다. 소치라는 호는 원나라 4대 화가 중 한 사람인 대치 황공망과 비교할 만한 인물이 되라는 뜻으로 추사가 지어준 것.

소치 허련이 운림산방을 지은 것은 50세 때인 1857년이다. 소치는 첨찰산과 함께 사계절 꽃을 볼 수 있도록 운림산방에 다양한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전해지는 것은 운림지 안의 작은 섬에 심겨진 백일홍뿐이다. 연못 위를 화려하게 수놓은 백일홍을 보며 여름날 화사함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장소다.


최정이 기자 choijungyee@hanmail.net        최정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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