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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석 칼럼 '미군기지 고엽제' 조사
2011년 06월 16일 00시 00분 입력
우리에게 전쟁으론 한국전쟁(6·25) 이후 베트남 전쟁이 큰 전쟁이었다. 한데 월남전에 뛰어든 한국 병사와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들이 전사한 병사들 다음으로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런데 또 하나의 큰 아픔은 고엽제다. 말 그대로 나무를 고사시키기 위해 살포하는 제초제를 이른다. 열대 우림지역인 베트남에서 미국과 한국의 주적인 베트콩들은 무성한 수풀에 몸을 숨겨 작전이 쉽지 않았다.
따라서 한미 양국 병력은 우선 고엽제를 뿌려 베트콩의 은신처를 없앤 다음 강력한 화력을 동원했다. 고엽제가 무서운 것은 치명적인 독성때문이다. 고엽제에 포함된 다이옥신은 0.15g만 인체에 흡수되더라도 치명적이다. 이는 청산가리의 1만배, 비소의 3000배에 이르는 것이어서 얼마나 독성이 강한지를 말해준다.
그런데 최근 왜관 부천, 부평 등 미군기지에 베트남 전쟁 당시 사용한 고엽제나 화학물질이 매립됐다는 주장이 나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일부 언론과 진보 진영은 "미군이 우리와 협의 없이 독성물질을 무단 매립하고 은폐한 것 아니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한미군 병사 출신 3명이 자신들이 근무했던 경북 칠곡군 왜관읍 캠프 캐럴에 독극물인 고엽제 250드럼을 묻었다고 미국 방송을 통해 폭로해서다. 이들은 33년 전인 1978년 "폐기할 것이 있으니 땅을 파라"는 상관의 명령에 따라 고엽제를 묻고 나서 만성 관절염, 청각장애, 당뇨병을 앓게 됐다고도 밝혔다.
이 소식을 접한 왜관지역 주민은 지하수나 인근 낙동강 식수원, 농토가 고엽제에 오염되지 않았을지 불안해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폭로되지 않은 광주 등의 미군기지 지역 사람들도 불안해 하고 있다.
고엽제를 묻었다는 곳이라도 우선 찾아내 사실을 확인하는 작업이 급하다. 정부는 왜관의 고엽제 매몰을 심각한 사태로 보고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전담팀을 구성한 만큼 속도를 내야한다. 미국측은 한국측과 긴밀히 공조해 대한민국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엽제 매립의 진상과 생태계 오염 여부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밝혀내지 못할경우 자칫 반미감정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
미국 정부도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감안해 사태수습에 최대한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국민도 정밀조사 결과가 나올때까지는 선정적으로 이슈를 만들거나 정치 쟁점화에 목적을 둔 의도에 동요해서는 안된다.
선진국에서 사회적 이슈가 생겼을 때 정부의 조사결과를 참고 기다리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본받아야 한다. 섣부른 판단으로 즉각적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사실과 관계 협정에 근거해 요구할 것은 당당하게 요구하고 SOFA규정의 개정이 필요하면 절차에 따라 논의하면 된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다. 전문가의 판단을 존중하고 뜨거운 감정이 아닌 냉철한 이성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고운석 <시인.광주남구발전협의회장>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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