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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선의 문화재와 친해지기 - 풍영정 2011년 09월 02일 00시 00분 입력
조정에 대하여 역대 명현의 말을 들어 극간(極諫)하다가 말이 통하지 않음에 낙향하여 이 정자를 짓고 큰 선비들과 교유하며 여생을 보냈다. 풍영정의 풍영(風詠)이란 말은 '논어'선진편에 있는데 공자와 그 제자들과의 대화하는 도중에 나온 것이다. 어느 날 공자는 제자들을 앉혀두고 평소 그대들은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을 하는데 만약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장차 어떻게 쓰여지기를 원하느냐고 물었다. 이때 증점(曾點)이란 제자가 비파를 드문드문 타면서 친구들의 대답을 듣고 있다가 자신이 대답할 차례가 되자 "늦봄에 봄옷이 만들어지면 관을 쓴 어른 5, 6명, 아이 6, 7명과 더불어 기수(沂水)에서 목욕하고 무우(舞雩)에서 바람 쐬다가 노래하며 돌아오겠습니다"라고 대답한 것 곧 풍호무우(風乎舞雩) 영이귀(詠而歸)에서 유래한다. 증점의 말을 들은 공자는 감탄하면서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는 말로써 공감을 표시했는데 증점은 욕심을 버리고 천리의 유행을 따라 저절로 충만해서 조금도 부족함과 결함이 없는 인품을 지녔다. 그는 동정(動靜) 간에 차분하고 자연스러웠으며 가슴 속도 한가롭고 자연스러워 곧바로 천지 만물과 더불어 상하가 함께 유행하여 각각의 얻을 바를 얻은 경지에 이른 인물이었다. 이와 같은 증점의 인물됨을 흠모한 칠계, 그는 정자를 짓고 다름 아닌 풍영란 말로써 편액을 걸었다. 정자 내에는 제일호산(第一湖山)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는데 한석봉이 쓴 것이라 한다. 하지만 이 정자가 언제 건립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후손 김중엽이 1776년에 '호산잡영(湖山雜詠)'을 지은 뒤 그 말미에 규암 송인수가 전라도 관찰사로 있을 당시인 중종 임인년(1542)에 이 정자에 올라 차운했다는 말에서 적어도 1542년 이전에 정자가 건립된 것이 아닌가 하고 추측해 본다. 어쨌건 이 정자는 조선시대 내로라하는 선비들의 시문으로 향연을 베풀고 있는데 송흠, 송순, 이황, 주세붕, 유희춘, 기대승, 김인후, 송인수, 고경명, 소세양, 조찬한, 이덕형, 박광옥, 이안눌, 고용후, 양 경우, 정홍명, 권필 등이 그들인데 그 이름을 거명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다. 이 정자는 담양의 환벽당과 더불어 조선시대 명사들의 시문이 가장 많은 곳인데 당시의 풍모가 어떠했는지 상상으로는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우리 고장, 아니 우리나라 시문학의 메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이 정자에 우리의 자긍심과 함께 뜨거운 관심이 요청된다. 簪綏年來未得休 벼슬살이 하느라 쉬지도 못했는데 暫登高閣一刪愁 높은 누각 올라보니 근심이 덜어지네 月邊孤影人移棹 달 따르는 한 그림자 노 젓는 사공이요 風外寒聲鶴下洲 바람결에 들리는 소리 모래톱의 학이라 爲是名區開壯麗 소문난 곳답게 화려하게 장식해 두고 仍敎行客故淹留 지나가는 사람들 잠시 쉬어 가라하네 憑看諸老詩篇在 여러 명사들의 시들을 바라보면서 漆水羅山護萬秋 칠수와 나산처럼 영원하기를 풍영정 주인이 지은 '풍영정원운'이다. 두련(첫 줄과 둘째 줄)에서는 정(情)으로써 시상을 일으켰는데 누각에 올라보니 모든 근심이 사라진다고 했다. 누각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작은 규모의 정자가 아님을 알 수 있게 한다. 함련(셋째 줄과 넷째 줄)에서는 달을 따라 노를 젓는 사공의 역동적 모습과 바람결에 들려오는 모래톱에 학이 내려앉은 소리의 청각적 이미지를 대비시켜 대구를 이루었는데 경련(다섯째 줄과 여섯째 줄)에서는 대구가 잘 이루어지지 않은 느낌이다. 소문이 났다는 말은 아름다운 시문(詩文)이 많다는 것일지니 시문들을 화려하게 걸어두고 지나가는 사람들 누구에게나 잠시 감상하게 한다는 주인의 배려가 묻어난 구절이다. 끝에 이르러서는 여러 명사들의 시가 산과 물처럼 영원하기를 바라는 주인의 간절한 소망을 드러낸 것으로 시상을 마무리 했다. 다분히 문사(文士)다운 바람이라 하겠다.(광주문화재자료 제 4호) 최한선 <전남도립대 교수ㆍ전남문화재연구원장> 파인뉴스 기자 [email protected]  [ 기사 목록으로 ]  [ 프린트 서비스 ]  [ 메일로 보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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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